수호령의 주인
[자료출처 : 일간스포츠 차길진의 갓모닝] 669. 수호령의 주인
모든 사람은 죽음을 피할 수 없다. 태어남과 동시에 죽음도 예정돼 있다. 사실 사람은 매일 죽고 태어난다. 밤에 잠을 자면 죽음을 맛보고 아침에 일어나면 새로 태어남을 경험한다. 죽음은 큰 의미에서 보면 만남과 헤어짐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에게는 수호령 혹은 보호령, 서양에서 말하는 수호천사가 있다. 생을 거듭하면서 수호령도 내 곁을 지켜 준다. 수호령은 분명 나를 지켜 주는 존재지만 만약 내가 돈, 탐욕, 지위 같은 나쁜 쪽에 욕심내면 욕심내지 않도록 보호해 주는 것이 아니라 그 욕심에 딸려 가며, 더 욕심을 내도록 부추긴다.
마약이나 도박에 빠지는 사람들이 있다. 수호령이 있다면 마약, 도박에 빠지지 않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수호령은 악에서 구해 주고 선을 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 않는다. 수호령은 자연스럽게 마음의 주인공을 따라간다. 처음에 주인이 나쁜 행동을 하면 조심스럽게 말리지만 주인이 고집을 부리면 오히려 주객전도돼 수호령은 더 욕심을 내고 나쁜 일을 하도록 부채질하는 화신이 된다.
중국 속담에 사람이 술을 마시고, 술이 술을 마시고, 술이 사람을 마신다는 말이 있다. 나와 수호령의 관계는 사람과 술의 관계와 정확히 일치한다. 내가 수호령의 말을 듣지 않고 폭주하면 종국에는 수호령까지 망칠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내 마음의 주인공이 품고 있는 탐욕으로 인해 발생한다.
요즘 면역학이 각광받고 있다. 암에 걸리지 않고 이길 수 있게 하는 비법들이 TV, 책 등에 많이 소개되고 있다. 면역력을 키우기 위해 운동과 음식, 생활 습관 등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나도 암 4기로 투병한 경험이 있다. 나의 경우 암을 이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긍정적인 마인드와 웃음이었다.
아무리 암에 좋은 음식을 섭취하고, 운동을 해도 짜증 내고 화내면 건강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최고의 치료 약을 복용해도 남을 미워하고 증오하는 마음이 남아 있다면 절대 효과를 얻을 수 없다. 혹자는 내가 가족력이 있어 암에 걸렸다고 말하지만 영적으로 보면 나를 보호해 주는 수호령이 약해졌기 때문에 암에 걸린 것이다.
만약 내가 항상 웃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살았다면 수호령도 나를 암에 걸리지 않도록 보호하고 영혼의 성숙을 도와줬을 것이다. 암에 걸렸던 그 당시를 생각해 보면 지나치게 바쁜 일상에 웃음도 잃었었고, 몸이 피곤해지니 짜증도 많이 냈던 것 같다. 그렇게 살다 보니 나의 수호령도 면역이 떨어져 더 이상 나를 보호해 줄 수 없었던 것이다.
얼마 전 절친과 만났다. 벌써 칠십이 넘은 나이인 데도 친구는 나를 보자마자 퉁명스럽게 “넌 친구도 아니야”라고 말했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네가 나한테 해 준 게 뭐가 있냐? 너는 나랑 잘 안 놀아 주잖아”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순간 “너도 늙었구나”라고 말하는데 웃음이 터져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칠십이 넘은 나이에 친구가 안 놀아 줬다고 삐치다니.
한참을 웃고 나니 문득 이렇게 웃었던 때가 언제였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의 말 한마디가 그동안의 내 자신을 되돌아보는 큰 계기가 됐다. 요즘에는 일부러라도 많이 웃으려고 노력한다. 과거 즐거웠던 추억, 재미있던 사건들을 떠올리면서 하루에 10분이라도 크게 웃는다. 그 덕분인지 안색이 좋아졌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내 수호령을 잘 지키려면 무엇보다 긍정적인 마인드로 잘 웃고 살아야 한다. 오늘도 신나게 웃는 하루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