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출처 : 조선일보 Chosum Biz 윤희훈 기자 2023.06.17]
이종교배로 ‘고온다습’ 기후서도 잘 자라는 ‘원감’ 개발
교잡종 낙인 때문에, 개발에서 약전 등재까지 약 10년 소요
감초 수출국, 사막 확대 막으려 감초 남벌 규제
국산 품종 수출길 열리나…기대감 물씬
‘약방에 감초’라는 말이 있다. 한약에 감초가 반드시 들어가는 것처럼, 꼭 필요한 사람이나 물건을 비유할 때 쓰는 표현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조연으로 극의 진행을 원활히 돕는 배우에게도 곧잘 ‘감초’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약재로서 감초가 가진 핵심 기능은 ‘조화제약’이다. 각각의 약재가 갖고 있는 약성을 조화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의미이다. 해독 기능도 갖고 있어 약재의 독성을 완화하는 기능도 한다. 항알레르기, 항균 작용도 하기 때문에 한약뿐만 아니라 화장품, 치약, 식품에도 사용된다. 담배에도 감초가 들어간다.
이처럼 다방면에 쓰이는 감초이지만, 국내에서 재배하는 양은 극히 적어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국내에서 감초 재배가 적은 것은 기후 탓이다. 서늘하고 건조한 기후에서 잘 자라는 감초는 고온다습한 국내에선 잘 자라지 않는다. 주요 산지는 중국과 몽골, 중앙아시아 등 유라시아 내륙 사막 지역이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세종대왕이 감초의 국내 재배를 지시했지만, 관원이 실패해 처벌을 받았다는 기록이 있다. 세종 이후로도 문종, 세조, 성종 등이 감초 재배를 명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600년 넘게 이어져 온 감초 국산화의 꿈은 약 10년 전인 2014년 현실이 됐다. 당시 농촌진흥청은 ‘만주감초’와 유럽감초로 불리는 ‘광과감초’를 이종 교배해 ‘원감’(元甘) 품종을 개발했다. 하지만 원감은 그동안 재배되지 못했다. 약으로 쓰도록 허가를 받지 못해서다. 천신만고 끝에 최근 사용 길이 열렸다.
지난 15일 충북 음성에 위치한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인삼특작부에서 이정훈 농업연구사를 만나 감초 국산화의 여정을 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우리나라가 1년에 수입하는 감초의 양이 얼마나 되나
“정확한 통계가 없어 알기 어렵다. 관세청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0t으로 나온다. 하지만 이는 감초를 약재상태로 수입하는 양이다. 감초 추출물 수입량은 이를 훨씬 상회한다. 업계에선 연간 1만t으로 추정한다. 정확한 수입 실태와 국내 거래 동향 등을 파악하기 위해 추후 연구용역을 낼 계획이다.”
―국산화는 전혀 안됐던 것인가
“그렇다. 감초 국산화는 세종대왕 때부터 시도됐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고온다습한 한반도 기후와 맞지 않기 때문이다. 감초는 주로 서늘한 사막기후에서 자란다. 세계적인 산지가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같은 중앙아시아나 중국, 내몽골 지역의 내륙 사막 지역이다.”
―국산화 품종은 어떻게 개발했나
“이종 간 교배를 통해 품종을 개발했다. 국내에서 많이 쓰이는 ‘만주감초’와 ‘광과감초’를 교배해 2014년 원감을 개발했다.”
―이종교배라면, 서로 다른 종이라는 것인가
“맞다. 둘다 감초이지만 종은 다르다. 다른 종끼리 암수를 교배하는 방법으로 품종을 개발했다.”
―고온다습한 기후에서도 생장이 잘되는 것 외에도 장점이 있나
“원감은 기존 만주감초보다 생산성이 2배 가량 좋다. 10아르(a)당 평균 생산량이 359kg이다. 감초의 핵심 성분인 ‘글리시리진’ 함량도 3.96%로 1%대인 민주감초보다 2배 이상 많다. 감초가 잘 걸리는 ‘점무늬병’에 대한 저항성도 갖고 있다. 독성실험에서도 위험성이 드러나지 않았고, 약리 활성도 기준치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에 개발했다고 하지 않았나. 우수한 품종인데 왜 그동안 보급이 안됐던 것인가
“이종교배로 개발한 종이라는 이유로 약전 등재 승인이 되지 않았다. 교잡종의 안전성을 검증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다 2017년 자연상태에서도 교잡종이 발생한다는 논문을 보게 됐다. 논문의 연구 결과가 맞다면, 자연 상태에서도 교잡종으로 원감과 같은 품종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사막에서 감초 찾기에 나섰다.
오랜 탐사 끝에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에서 감초 교배종의 대규모 자연 군락을 발견했다. 자연상태에서도 교잡종으로 발생하는 품종이라는 것을 입증하면서 약전 등재 및 국산화의 길이 열리게 됐다.”
―감초의 DNA를 분석해 고온다습한 환경에서도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유전자를 찾았나
“앞으로 해야 할 연구다. 만약 해당 DNA를 파악해낸다면 엄청난 성과다. 묘목 상태에서도 이 작목이 국내에서 잘 자랄지, 못 자랄지 바로 판독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품종 보급 계획은?
“우선 올해는 3헥타르(ha) 면적에 국산 감초 품종을 재배할 수 있도록 농가에 보급할 예정이다. 2년 뒤인 2025년엔 90ha, 2027년엔 270ha까지 재배 면적을 늘릴 계획이다. 2027년 목표 생산량은 약 1200톤이다. 이는 2027년 예상되는 국내 감초 수요량(3600톤)의 33%에 달한다.”
―감초는 가격이 저렴한 약재로 알고 있다. 직접적으로 묻는다. 감초 국산화, 그거 돈이 됩니까?
“약재 특성상 품질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크게 난다. 현재 국내에 들어오는 수입산 감초는 품질이 낮으면 100g에 1000~2000원대에 거래되지만, 품질이 좋으면 1만5000원대까지 가격이 오른다. 평균 가격을 1만원으로 잡으면 1kg에 10만원, 10a에서 3590만원의 기대수입이 나온다.
감초는 2년생이기 때문에 연간으로 환산하면 약 1800만원이다. 10a에서 쌀로 거둘 수 있는 기대수입은 83만원이다. 농가 소득 측면에서 20배 이상 차이가 나는 셈이다.”
―세계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있다고 보나?
“원감은 생산성과 유효 성분 함량도 강점이지만, 최대 강점은 균질성이다. 제약회사 입장에선 약재를 이 만큼 넣으면, 유효성분이 이 만큼 나온다는 계산이 서야 해당 약재를 지속적으로 쓸 수 있다. 원감은 이러한 제약회사들의 요구를 만족하는 제품이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감초 수출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해외 감초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나?
“앞서 말했듯이 감초는 사막에서 잘 자란다. 현재 중앙아시아 사막국가의 과제는 사막화를 막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제기구에서 다양한 작물을 심었는데, 가장 효과적인 게 감초였다.
이 때문에 감초 주요 수출국에서 남벌을 막는 규제를 도입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공급량이 감소하면 감초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 향후 수입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을 감안하면 식량 안보 차원에서도 국산화는 꼭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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