⑩ 초밥과 케이크도 인쇄하듯 찍어내는 '3D 푸드 프린팅'
[ 자료출처 : 다음 동아사이언스 이채린 기자2024. 8. 16. ]
국내선 탑테이블이 주도
[편집자 주] 삶의 질이 향상되고 소비자의 지식수준은 높아졌습니다. 여기에 인간 수명까지 늘어나면서 건강을 개선하고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개인 맞춤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자원 낭비는 줄이고 식품 폐기물을 최소화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먹거리 산업도 주목됩니다.
식품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생산하고 조리 및 외식의 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 기술도 각광받습니다. 동아사이언스는 이 모든 것을 현실화하는 ‘푸드테크’를 유형별로 살펴보고 푸드테크의 현주소를 살펴보는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한국이 푸드테크 선진국으로 성장하기 위한 혜안을 모색해 봅니다.
프린터 한 대로 원하는 음식을 뚝딱 인쇄해 먹을 수 있다면 어떨까. '3D 푸드 프린팅' 기술이면 가능하다. 3D 프린팅은 프린터로 평면으로 된 문자나 그림을 인쇄하는 것이 아니라 입체도형을 찍어내는 것을 말한다. 의료, 생활 용품, 자동차 부품 등 많은 물건을 만들어내는 데 3D 프린팅을 음식으로 확장한 것이 3D 푸드 프린팅이다.
3D 푸드 프린팅은 식품 원료를 프린터의 잉크로 사용해 음식을 만들어낸다. 3D 푸드 프린팅 기술은 개인의 요구를 잘 반영할 수 있어 ‘다품종 소량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에 더욱 전망이 밝다. 사람의 손이 닿지 않아 위생 문제 우려가 적고 먹고 싶은 재료만 인쇄하면 되므로 음식물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 물론 아직 사람의 손에 비해 낮은 제조 속도와 높은 전력 소비량, 높은 가격대로 상용화까지는 넘어야 할 장벽이 남아 있다.
미국 비즈니스 컨설팅 기업 얼라이드마켓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3D 푸드 프린팅 시장은 연평균 52.8%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2031년까지 151억달러(약 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 미국, 유럽 등이 주도하는 3D 푸드 프린터...우주식량도 책임진다
3D 푸드 프린팅 시장은 현재 미국, 이스라엘, 유럽 등이 주도하고 있다. 2006년 호드 립슨 미국 코넬대 교수팀이 초콜릿, 쿠키, 치즈 등을 원료로 하는 식품용 3D 프린터를 최초로 개발했다. 립슨 교수 연구팀은 2021년 인쇄뿐 아니라 조리까지 하는 최초의 3D 푸드 프린터를 개발하기도 했다. 립슨 교수 사례에 자극 받아 대학교, 기업, 연구소 등이 3D 푸드 프린팅 기술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3D 푸드 프린팅은 보통 작은 재료를 하나씩 쌓아가는 '적층형'이다. 3D 프린팅 기술 중 재료를 깎아 내는 방식인 '절삭형'을 푸드 프린팅에 적용하면 재료를 낭비할 수 있어 적용하기 어렵다. 소프트웨어로 프린터 하드웨어를 조절함으로써 카트리지에 들어 있는 식품 원료를 쌓아 원하는 모양으로 만드는 원리다.
2021년 이스라엘 식품기술업체 세이버릿은 3D 프린팅으로 '비건 버거'를 선보였다. 식물성 식재료가 들어간 3개의 카트리지를 3D 프린터에 넣어 만든 패티를 넣은 버거다. 고객이 원하는 만큼의 지방과 단백질량을 선택해 6분 만에 맞춤형 패티를 만들 수 있다.
스페인의 식품 기계 제조업체 ‘내추럴머신스’는 3D 식품 프린터인 '푸디니'를 개발했다. 2016년 실제 현지 레스토랑이 이를 활용한 음식을 판매했다. 오스트리아 식품기술회사 '레보푸드'는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완두콩과 해조류 추출물 등으로 만든 '식물성 연어 필렛'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일본 스타트업 '오픈 밀스'는 스시나 오뎅 같은 복잡한 음식을 3D 프린터로 인쇄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오뎅의 경우 맛을 미각 센서로, 모양은 3D 스캐너로 디지털화한 뒤 젤리 소재로 알갱이를 인쇄해 조립한다. 스시는 작은 밥알갱이를 먼저 인쇄하고 쌓아올리는 방식이다.
민간인의 우주 여행 시장이 열리면서 우주식량을 만드는 데도 3D 푸드 프린팅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의 3D 푸드 프린팅 기술 회사 '비헥스'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개발한 3D 푸드 프린팅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회사다. 2017년 3D 프린터로 6분 만에 고객이 원하는 모양과 재료를 갖춘 피자를 만드는 기술을 선보였다. 최근에는 폐플라스틱을 미생물과 반응시켜 생성된 단백질 성분을 3D 프린터에 원료로 넣어 스테이크나 닭가슴살 등을 제조하는 시스템을 연구 중이다.
2023년 3월 미국 컬럼비아대 연구팀은 3D 프린터로 치즈 케이크를 만드는 기술을 선보였다. 치즈 케이크는 누텔라 초콜릿과 젤리 필링 위에 딸기 맛 아이싱이 올려진 형태였다. 컬럼비아대가 만든 치즈 케이크는 7가지 재료를 모두 3D 프린터 노즐로 제조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컸다. 초콜릿, 밀가루 반죽 등 한 가지 재료만이 아닌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음식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케이크부터 영양제까지
탑테이블의 푸드 프린터 푸디안. 탑테이블 제공국내에서는 2019년 설립된 '탑테이블'이 3D 푸드 프린팅 시장을 이끌고 있다. 13일 서울 강서구 탑테이블 본사에서 만난 유현주 탑테이블 대표는 "외식 경영을 하며 에스프레소 머신이 원하는 모양을 커피 위에 거품으로 인쇄하는 모습을 보고 디저트를 인쇄하는 3D 프린터가 있으면 편리하겠다고 생각해 창업하게 됐다"고 말했다.
탑테이블의 3D 푸드 프린터 '푸디안'은 식품 원료를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탑테이블이 개발한 푸디안 소프트웨어에서 먼저 제품의 원료, 모양 등을 결정한다. 이때 각 재료의 굵기, 온도, 노즐 모양, 높이 등 세세한 모양까지 결정하면 그대로 푸디안이 출력한다. 사용할 수 있는 원료는 수십 종으로 유 대표를 비롯한 탑테이블 연구원이 원료 하나하나 프린터에 넣어보고 분석해 소프트웨어 데이터로 입력했다.
유 대표는 "각 원료뿐 아니라 각 원료를 배합했을 때 점도가 어느 정도인지, 특정 온도에서 형상이 얼마나 유지될 수 있는지 등 다양한 변수를 수식으로 계산해 마카롱, 케이크, 쿠키 등 메뉴별로 원료의 최적값을 알아냈다"면서 "이 과정이 푸디안 개발의 가장 어려운 점이며 지금도 진행 중"이라고 했다.
푸디안을 이용하면 사람 손으로 만들기 어려운 복잡한 문양의 음식도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회사의 기념품으로 특정 자동차 모양의 초콜릿과 기념 문구를 초콜릿으로 장식한 쿠키를 만들 수 있다. 2023년 푸디안은 이같은 기술을 인정받아 CES 2023에서 혁신상을 받았다.
올해 푸디안은 3D 프린터로 영양제를 만드는 기술 'IINK(잉크)'를 개발해 CES 2024에서도 푸드 프린팅기기 식품 및 농업기술 부문에서 최고 혁신상까지 수상했다. 영양 상태를 측정해 맞춤형 영양제를 즉시 만들어 주는 푸드 프린팅 기기다. 유 대표는 "원하는 영양분을 보충하기 위해 다양한 종류의 영양제를 먹다가 영양분 과잉이 일어날 수 있다"면서 "개인에게 딱 필요한 영양분만 제공하는 영양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잉크를 이용하려면 먼저 사용자가 개인 영양 설문조사를 마쳐야 한다. 결과는 잉크 프린터로 넘어와 저장되고 이에 따라 필요한 영양제를 제조한다. 프린터 안에는 원료로 비타민·미네랄 등 영양성분이 담긴 구슬 알갱이가 들어 있다. 이 알갱이를 결합해 질감, 크기 등을 조정해 영양제를 만들 수 있다. 노년층이 더 잘 먹을 수 있도록 맞춤화 해 영양제를 만들 수도 있는 셈이다.
유 대표는 "개인의 건강정보를 이용하면 예방의학 측면에서 미래에 발병 가능성이 높은 질병을 선별하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맞춤형 영양제를 만들 수 있다"며 "올해 하반기에 대기업 프렌차이즈 매장에 3D 푸드 프린터를 사용하는 사업을 적극 추진 중이며 기술 개발을 하는 동시에 상용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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