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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난세상

국산 커피 산업화 전망 밝아 (디지털 농업)

by 찬란원 2025.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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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성공 농업을 일구는 농업경영 전문지 월간 ‘디지털농업’3월호 기사입니다.

온난화 영향으로 아열대 작물인 커피가 국내에서 재배되면서 새로운 소득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 국내에서 커피나무는 주로 관상용 또는 관광 상품화 용도로 재배하는데, 최근엔 원두 생산을 위해 대량생산 체계를 갖춘 농가도 여럿 있다. 소득작물로 관심이 높은 국산 커피 재배 현황과 산업화 전망에 대해 살펴봤다.
한국인이 가장 즐겨 마시는 음료 중 하나가 바로 커피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식품 수출 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커피(생두와 원두·커피농축물·인스턴트커피) 수입액은 13억 7846만 달러(약 1조 9000억 원)로 전년(12억 4217만 달러)보다 11% 증가했다. 국민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2023년 기준 405잔으로 전 세계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152잔)의 2.7배에 달한다.

‘커피 공화국’이라 불릴 정도로 커피 사랑이 남다른 우리나라는 10여 년 전만 해도 커피 재배 불모지였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커피나무는 ‘커피벨트’라 불리는 남위 25도에서 북위 25도 사이의 열대·아열대 지역과 해발 200~1800m 지역에서 주로 재배된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한 온대 지역에 위치하는 까닭에 노지에서 커피나무를 재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인해 최근에는 커피벨트에 속하지 않는 우리나라도 적절한 냉난방 시설을 갖춘 스마트팜에서 커피 생산이 가능하게 됐다.

전남 화순에서 6600㎡(2000평) 규모의 커피 농사를 짓는 차상화 두베이커피플랫폼 대표(55)는 “아열대 작물인 커피나무는 10~15℃ 온도에서 꽃을 피우고 15℃ 이하에 장기간 노출되면 꽃이 피지 않거나 피는 시기가 늦어져 열매 생산량이 적다”며 “온도 관계로 시설재배만 가능하다 보니 커피 생산량이 제한적이고 난방비도 만만치 않은 데다 아직 표준재배 기술이 정립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차 대표를 비롯한 커피 전문가들은 향후 국산 커피의 산업화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고흥, 14농가 3㏊ 재배…국내 커피 주산지로
커피 재배는 1970년대에 제주를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 실험적으로 시도됐으나 기후 조건이 맞지 않아 본격적인 산업으로 발전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제 국내에서 커피나무가 재배된다는 사실은 더 이상 놀랄 만한 소식이 아니다. 한국커피생산자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이운재 나로커피 대표(63)는 “이전에는 시설하우스에서 일부 커피 재배를 시도했지만 실패한 사례가 많았다”면서 “지금은 전남 지방자치단체와 농가의 노력으로 국내에서도 생산량이 늘어 햇과일처럼 커피도 국산 햇커피로 맛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국내 커피 농가의 90%는 직접 생산한 원두를 활용한 체험 중심형으로 농장을 운영한다.

국내 커피 주산지는 전남도다. 현재 전남 지역에서는 27농가가 커피를 재배한다. 이를 포함해 전국 52농가가 성공적으로 커피를 재배 중이다. 그중에도 일조량이 풍부한 고흥에서는 국내 처음으로 커피를 대량 수확했다. 현재 고흥에서는 14농가가 <아라비카> <크리스털 마운틴> <하와이안 코나>를 주 품종으로 3㏊ 규모의 커피나무를 재배하고 있다.

고흥에서 커피 농사를 짓기 시작한 것은 2009년부터다. 당시 4농가가 커피 씨앗을 파종해 나무를 키우는 데까지 성공했지만, 생육 환경 관리와 기술력 부족으로 나무가 말라 죽는 등 시행착오를 겪다가 상업화에 성공했다. 이 밖에 화순·신안·여수 등지에서도 재배하지만 대부분 규모가 작아 10a(300평)대 온실 1~2동을 운영하는 정도다.

 

이런 가운데 드문 사례이지만 밀식재배로 커피를 대량 생산하거나 다품종 소량의 고품질 커피로 자체 브랜드를 개발해 커피 체인점과 경쟁하는 농가도 있다. 한국산 커피의 선두주자로 불리는 고흥의 ‘나로커피’와 고품질 커피를 연 10t 정도 생산하는 전남 화순의 ‘두베이커피플랫폼’이 대표적이다.

이 대표는 나로우주센터가 있는 고흥군 봉래면에 약 3300㎡(1000평) 규모 온실을 마련하고 커피나무 700그루를 재배하고 있다. 이 대표는 여기서 수확한 커피 열매를 가공·유통해 연간 3억 원의 매출액을 올린다. 지난해 고흥에서는 커피 열매가 2t가량 생산됐는데, 절반 이상인 1.2t(원두 기준 240~360㎏)을 이 농장에서 생산했다. 나로커피는 자체 브랜드 ‘나로커피220’ 직영점도 운영하는데, 독특한 향과 맛에 반해 매장을 찾는 단골고객이 늘고 있다.

재배 농가, 생산·가공·체험 결합해 수익 높여
아열대 작물인 커피나무 재배에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기후다. 커피나무는 높이가 5m까지 자라며 최저 4℃ 이상의 온도 조건에서 생육한다. 여름철 시설하우스 온도가 너무 높아도 생장이 억제되는 특성이 있다. 꽃은 10~15℃ 조건에서 개화하며 26~27℃가 넘으면 광합성을 할 수 없다. 또 30℃를 넘으면 나무 생육이 부진하다. 따라서 국내에서 커피를 재배하려면 냉난방 시설을 갖춘 온실이 필요하다.

온실재배 커피는 대부분 토경재배이지만 일부 농가는 화분에 재배하기도 한다. 묘목은 종자를 심어 생산하는데 상당수 농가는 묘목 판매로 수익을 낸다. 묘목 가격은 1년생 5000원, 2년생 1만 5000원, 5년생은 5만~7만 원 선에 거래된다. 하지만 국내 농가가 생산한 커피 원두는 수입 원두와의 가격 경쟁력 차이를 극복하기 어려워 소득 창출이 쉽지 않다.

커피 체리 수매가격은 1㎏당 5만 원 선이다.

이에 고흥·화순 등의 선도 농가가 앞장서 유리온실 또는 비닐하우스에서 커피나무를 키우며 우리 기후와 지형에 맞는 표준재배법 연구와 보급에 힘쓰고 있다. 국내 커피 농가의 유형을 보면 일부 재배 중심형 농장을 제외하면 대부분 소규모 체험 중심형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또 소수의 대규모 농가는 재배·가공·유통과 함께 체험, 바리스타 교육, 카페 운영도 겸하고 있다.

현재 커피 육종과 재배 기술 연구는 전남도농업기술원 차산업연구소가 맡고 있다. 차산업연구소가 커피 농가의 유형별 경영 성과를 분석한 결과(2024년 11월)에 따르면 재배·가공·체험 중심형 농가의 매출 이익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현석 차산업연구소 연구사는 “체험 중심형 농장이 1490㎡(450평)의 연동형 하우스에서 커피나무 300그루(수령 10년 기준)를 재배하면서 130㎡(40평) 규모 체험장(방문객 연 5000명 기준)을 운영할 경우 연 매출액은 1억 1000만 원, 원가를 뺀 매출 이익은 5400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생산비 높은 국산 커피, 다양화·고급화 전략 필요
국산 커피는 신선도가 높고 농장 체험 등도 병행할 수 있어 수입 커피와 차별화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하지만 노지재배가 불가능해 수입 커피에 견줘 생산원가가 높다는 점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에 대해 이운재 나로커피 대표는 “한국 커피 산업이 한 단계 더 나아가기 위해선 높은 생산비를 극복할 수 있는 고급 커피를 생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커피는 같은 품종이라도 생산 방법과 발효 공정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요. 국내산 커피도 스페셜티 커피 시장에서는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커피 체리에서 과육과 점액질을 제거한 후 건조한 그린빈(생두).

이에 이 대표는 7000만 원을 들여 무산소 발효장치를 개발하고 차산업연구소와 2022년부터 발효커피 제조 기술을 공동연구하고 있다. 무산소 발효 기술은 공기와 단절된 환경에서 효모와 박테리아를 통해 커피 생두를 발효시키는 방법으로 생두 발효 과정에서 미생물이 독특한 풍미를 자아낸다. 이 대표는 이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한 12개의 스페셜티 커피 레시피를 공개하고 앞으로 이를 커피 농가와 공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커피가 새로운 소득작물로 주목받으면서 전남도는 이를 지역특화 품목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 전남도농기원 차산업연구소는 K-커피 활성화를 위해 해외 유전자원 도입과 평가, 국내형 품종 개발, 재배 기술 확립 등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커피 안정묘 생산법 개발 ▲커피 생두 수확 후 가공법 연구(발효커피 제조법 개발) ▲커피 부산물을 이용한 가공 기술과 제품 개발 등도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박 연구사는 “국내에 맞는 커피 품종을 찾기 위한 유전자원 수집에 나서 현재 20여 개의 품종을 확보해 시험재배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 대표는 “커피는 재배 환경에 따라 품질이 달라지지만 열매의 생두를 분리해내는 ‘프로세싱’을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서도 맛이 달라진다”며 “고흥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커피 재배를 확대해 독특하고 다양한 커피 생산으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몇 년 안에 맛과 향이 뛰어난 국산 최고급 K-커피가 국내 시장을 넘어 세계 시장에 진출할 날이 올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자료출처 : 농민신문 2025년 3월21일

(글 이진랑 | 사진 농민신문사  DB·전남도농업기술원 차산업연구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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