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2013.03.16 ) 퍼온글
#언젠가 같은 회사를 다니다 나간 선배에게 회사를 비판한 적이 있다. 우리 회사는 지금 이것도 문제고 저것도 문제라는 얘기였다. 같은 회사에 다녔기에 회사 사정을 잘 알 것이고 친한 선배이기에 맞장구를 쳐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선배는 몇 마디 듣지도 않더니 조용하지만 강한 어조로 말했다. "잘 나가는 회사 직원들의 공통점이 뭔지 아나. 밖에 나가 회사 욕하지 않는 거야. 당신이 곧 회사야. 자기 얼굴에 침 뱉어서 뭐하나."
얼굴이 화끈거려 견딜 수 없었지만 그 선배 말에 동의하긴 힘들었다. 생판 남도 아니고 회사 문제점 좀 얘기한들 뭐가 문제란 말인가.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은 그 선배의 말을 이해하고도 남는다.
세상에 문제없는 회사는 없다. 완벽하지 않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꾸려가는 만큼 아무리 잘 나가는 회사라도 문제는 있다. 회사가 잘 나가고 못 나가는 것은 그 회사에 문제가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지 않다. 문제점만 고치면 회사가 잘 나갈 거라는 생각은 착각이다.
중요한 것은 회사가 지향하는 비전이다. 회사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명확하고 올바르며 직원들이 그 방향에 공감하면 그 회사는 지금 당장 아무리 문제가 많아도 성공을 향해 나아가고 있을 확률이 높다.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선배가 이혼했다. 교과서에 나올 만큼 모범적인 부부였기에 놀랐다. 선배는 부유한 집에서 잘 교육 받은 부드럽고 단정하고 예의바른 여자였고 남편은 명문대를 졸업해 한국에서 가장 안정적이고 힘 센 직종에 종사하는 가정적인 남자였다.
"도대체 뭐가 문제였어요?" 선배에게 물었다. "특별히 문제가 있었다기보다 그냥 생각이 너무 달랐어. 내가 살고 싶은 인생이랑 그 사람이 살고 싶은 인생이 달라서 누구 한 사람이 포기하지 않으면 같이 살 수가 없는 거야."
세상에 문제없는 부부는 없다. 크고 작고를 떠나 어떤 부부든 문제는 있다. 재미있는 것은 부부간의 문제가 크다고 이혼하는 것도, 작다고 잘 사는 것도 아니란 점이다. 선배 부부는 각자 배우자로서의 조건, 즉 '스펙'은 완벽했고 특별한 문제도 없었지만 살고자 하는 인생의 비전이 달랐다.
#세상에는 농부 같은 사람과 참새 같은 사람이 있다. 농부는 아무 것도 없는 토지에 씨를 뿌려 곡식을 키워 거두는 사람이다. 참새는 농부가 땀 흘려 일궈놓은 알곡만 따먹는 사람이다.
요즘 세태는 농부 같은 사람을 답답하고 우둔하게 여기고 참새 같은 사람을 능력 있고 똑똑하다고 평가한다. 이 결과 구직자들은 안정적이고 월급 많이 주는 곳에서 일하기를 원하고 구혼자들은 잘 생긴 외모와 좋은 직업과 넉넉한 돈을 갖춘 배우자를 찾는다. 이미 모든 조건이 갖춰진 회사나 배우자에게서 알곡부터 취하고 싶다는 심보가 없다 할 수 없다.
반면 비전을 보는 사람은 지금 조건이나 환경을 따지지 않고 함께 키우고 발전시켜 나갈 미래를 바라본다. 지금은 아무 것도 없는 허허벌판이지만 함께 씨를 뿌리고 물을 주고 잡초를 뽑아 키워 거둘 풍성한 가을의 곡물을 본다.
당장 심은 것도 없이, 땀 흘린 것도 없이 알곡만 먹는 참새가 좋아 보일지 몰라도 참새는 참새일 뿐이다. 수확물의 대다수를 갖는 것은 알곡 몇 알 따먹는 참새가 아니라 농부다.
#밖에 나가 회사 비판을 말라던 선배의 조언은 백번이고 천번이고 옳다. 비전을 공유한다면 회사 안에서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발전적으로 해결할 일이고 비전을 공유하지 못한다면 조용히 떠날 일이다.
인생이 잘 풀리지 않는다고 불평할 일도 없다. 인생이라는 배가 파도를 뚫고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고 있느냐가 중요할 뿐 파도가 거칠다고 불평할 일은 아니다.
1800년대에 미국에서 활동한 의사이자 작가인 올리버 웬델 홈즈의 지적대로 "세상에서 중요한 것은 지금 어디에 서 있느냐가 아니라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느냐이다." (The great thing in the world is not so much where we stand, as in what direction we are mov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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