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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일상일기/글로벌세계

한 밭 두 소득, '영농형 태양광' 기술의 놀라운 진화

by 찬란원 2025. 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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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에 방해는커녕 수익 최대 10배… 영농형 태양광의 반전 근황
쌀·보리는 80%, 포도·녹차는 증산… 80건 실증으로 입증
"소득이 답을 줬다" 일본, 정부 아닌 농민이 이끄는 태양광 확산
영농형 태양광 확산 가로막는 건 '법', 임차농 제외가 걸림돌
'활동 농민(active farmer)' 개념으로 허용하는 프랑스 참고 삼아야
정재학 교수 "대자본이 휩쓴 기존 태양광 폐해 인정하고 극복해야"

편집자 주
'기후로운 경제생활'은 CBS가 국내 최초로 '기후'와 '경제'를 접목한 경제 유튜브 프로그램입니다. 한국의 대표 기후경제학자 서울대 환경대학원 홍종호 교수와 함께합니다. CBS 경제 전문 유튜브 채널 '경제연구실'에 매주 월/화/수 오후 9시 업로드됩니다. 아래 녹취는 일부 내용으로, 전체 내용은 '경제연구실' 채널에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방송 : 유튜브 CBS 경제연구실 '기후로운 경제생활'
■ 진행 :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 대담 : 정재학 영남대 화학공학부 교수
 

 

 

◆ 홍종호> 농지 위에 태양광 모듈을 설치해서 농업과 태양광 발전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영농형 태양광'. 식량 주권과 탄소 중립 그리고 농가 소득까지 높일 수 있는 유망한 대안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번 대선에서 이재명 대통령도 영농형 태양광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는데요. 다짐만으론 되지 않는 정책, 현실적으로 필요한 건 뭔지 알아보겠습니다. 현장과 연구실을 오가며 영농형 태양광을 연구하시는 분입니다. 정재학 영남대 화학공학부 교수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정재학>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 홍종호> 교수님, 영농형 태양광 전문가로 워낙에 널리 알려져 있으시죠. 학내에서 실증단지도 직접 운영하시고 또 외부의 발전 회사로부터 연구비를 받는 일도 하시는데요. 일반적으로 농지에다가 태양광을 하면 농산물 생산이 제대로 되는 거냐, 농지를 갈아엎고 태양광만 하겠다는 거냐는 오해도 많이 있잖아요. 실제로 해보니 어떠셨습니까?

 

◇ 정재학> 처음에 시작할 때 그게 제일 어려웠어요.

◆ 홍종호> 인식 문제가요?

◇ 정재학> 네. 왜냐하면 "금수강산 우리 농토에 또 흉물이 들어서느냐"라는 말씀을 많이 하셨거든요. 그래서 저도 무거운 마음을 갖고 했죠. 그런데 연구를 해보니까 농토를 황폐화한다든지 또 농작물이 아주 저조하게 나온다든지 하는 부분들은 기우라는 걸 몸소 경험하게 됐어요.

◆ 홍종호> 학교 실증단지에서는 어떤 작물을 재배하십니까?

◇ 정재학> 쌀, 보리, 앉은뱅이 밀, 양파, 쪽파, 대파, 배추 이렇게 재배해봤어요.

◆ 홍종호> 다양하게 해보셨네요. 그러면 태양광과 농작물이 공존할 때 생산성이 어떻게 되는지도 자료가 다 축적됐겠네요?

◇ 정재학> 날씨 자료와 같이 다 갖고 있습니다. 지금 농림부 과제도 제가 많이 하고 있거든요. 그 이유가 제가 아마 그런 과학적 데이터를 갖고 있는 첫 번째 사람이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 홍종호> 풀어주실 수 있으면 풀어주시죠. 작물마다 약간씩 다르지 않나요?

◇ 정재학> 지금까지 80여 개의 실증이 있어요. 약 80개의 연구가 진행됐다는 건데요. 농림부를 통해서도 하지만 주로 발전사들이 많이 참여해요. 왜냐하면 발전사들은 앞으로 태양광을 해야 하는데 태양광 할 데가 없으니까 여기다 투자하는 거죠. 그래서 그 80개를 전수조사하고 저도 나름대로 연구를 해보니까 포도나 녹차 같은 작물은 오히려 증산됐어요.

 

◆ 홍종호> 기존보다, 즉 100% 이상이요? 설치된 태양광은 지붕형 태양광이죠?

◇ 정재학> 그렇죠, 위를 가리는 지붕형이죠. 기후 때문에 작황이 엉망이 된 경우를 살려준 예도 있었어요. 나주의 배가 냉해를 입었는데 태양광 발전을 하면 거기서 열이 조금 나오거든요. 그 열이 밑의 열매나 꽃을 보호해서 작황이 훨씬 좋아진 예도 있었어요. 프랑스가 이렇게 농작물을 보호하는 경우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사례가 됐거든요.

그럼에도 여전히 열매를 맺는 쌀, 보리 종류는 상대적으로 취약하다고 할 수 있어요. 그렇지만 저희가 80개를 다 조사해 보니까 대부분이 80% 이상의 작황이 나왔습니다.

◆ 홍종호> 지역이나 국가마다도 좀 다를 것 같은데요. 아무래도 기후 조건이 다르니까요. 일본은 어떻습니까?

◇ 정재학> 저희와 유사합니다.

◆ 홍종호> 쌀 작황도, 태양광 하더라도요?

◇ 정재학> 80% 이상 거의 다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7년 정도 연구하고 느낀 건 태양광 시설 때문에 작황을 그르치는 것보다는 농민이 잘 돌보지 않아서 그르치는 게 훨씬 폭이 크다는 겁니다.

◆ 홍종호> 농민들이 들으시면 기분 좀 상하실 것 같은데요.

◇ 정재학> 기분 상하실 수 있는데, 열심히 하시면 훨씬 더 좋은 작황을 얻을 수 있습니다. 태양광이 있는 상태에서 열심히만 하시면 90%는 달성할 수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 홍종호> 문제가 없다는 거군요. 태양광 시설을 통해서 나오는 전력 공급은 어떻습니까? 그게 소득으로 연결되는 거 아니겠어요?

◇ 정재학> 맞습니다. 종합적으로 말씀드려야 하는데 아무래도 영농형 태양광은 규칙이 있습니다. 작황이 잘 되기 위해서는 일반 태양광처럼 빽빽하게 설치해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국가가 차광률 기준을 마련하고 있는데 30% 이상은 빛을 가리지 않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듬성듬성 설치하라는 거거든요. 그런 최적 설계를 검증받아야 하는 겁니다. 그렇게만 한다면 작황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을 저희가 확인했습니다.

◆ 홍종호> 실증단지에서도 확인되었고 실제로 이런 걸 설치하는 농민들이 지금 제한적이지만 계시잖아요.

◇ 정재학> 그렇죠.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생깁니다. 듬성듬성 설치하다 보니까 더 면적을 많이 차지합니다. 폴대도 더 많이 설치해야 하고 또 밑에 작황을 하려면 농기계가 왔다 갔다 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2~3m 위로 올라가야 합니다. 일반 태양광에 비해서 적어도 1~2m 정도 위로 상승해야 합니다.

◆ 홍종호> 면적 대비 설치량도 줄고 설치 비용도 늘어나겠네요.

◇ 정재학> 그래서 저희가 지금 제일 많이 연구하는 것은요. 그럼에도 일반 태양광과 거의 흡사한 정도의 설치 비용을 달성할 수 있는 공법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 홍종호> 제가 듣기로 일본에서는 영농형 태양광을 지붕형만이 아니라 수직형도 하고 있다던데, 이건 어떻게 개발된 거죠?

◇ 정재학> 수직형도 지금 많이 하고 있고 우리나라에도 도입되고 있어요.

◆ 홍종호> 그래요. 특별한 기술은 아닌 거군요.


◇ 정재학> 기술이라기보다는 수직형을 하는 이유 중 하나가 태양광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입니다. 태양광은 12시가 되면 피크로 제일 많이 발전하지만, 아침저녁으로는 전력이 확 떨어집니다. 그러니까 피크로 발전하는 용량의 선로를 갖고 있어야 하는데 총 발전량은 얼마 안 됩니다. 일반 화력이나 원자력에 비해서 5분의 1밖에 안 되거든요.

◆ 홍종호> 아무래도 이용률이 떨어지는 거죠.

◇ 정재학> 이용률이 5분의 1밖에 안 되거든요. 그런데 수직으로, 양면형 태양광 발전 모듈을 동서를 향해서 놓게 되면요. 아침에 해가 뜰 때 한 번 피크가 생기고, 저녁에 해가 질 때 한 번 피크가 생기고, 12시에는 오히려 발전량이 훅 떨어집니다.

◆ 홍종호> 기존 태양광과 보완 관계가 될 수 있겠네요.

◇ 정재학> 수직형과 지붕형을 적절한 비율로 섞게 되면 피크가 3개가 생기면서 평탄화가 이루어집니다. 그 연구를 제가 했습니다.

◆ 홍종호> 이 수직형은 처음에 일본에서 나온 아이디어입니까?

◇ 정재학> 아닙니다. 유럽에서 많이 했습니다. 유럽은 목축지가 넓지 않습니까? 거기에 양들을 가두기 위해서 울타리를 둘러 가면서 치는 것이 유럽에서 많이 시작했는데 그걸 일본이나 한국에서는 농경지에서 쓰려다 보니 한 열이 아니라 여러 열을 설치하게 되는 거죠. 간격을 적절히 띄우면서요. 그렇게 발전하다 보니까 이런 문제가 생겼는데 제가 적절히 잘 설치하니까 같은 용량 선로에서 30%를 더 설치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전라도 같은 경우는 용량이 꽉 찼지 않습니까? 미리 알고 이런 방법을 썼더라면 30% 정도는 더 할 수 있는 겁니다.

◆ 홍종호> 교수님, 굉장히 현장 중심적인 연구를 하셨고 저도 그런 연구 굉장히 좋아하는데요. 실제로 지붕형이든 수직형이든 태양광을 해보신 농민분들은 '소득도 더 생기고 좋다'는 반응이 주를 이룹니까? 어떻습니까?

◇ 정재학> 맞습니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요. 빽빽하게 설치하는 일반 태양광에 비해서 돈이 좀 더 많이 듭니다. 일반 태양광은 예를 들어 100kW(킬로와트) 설치하는데 300~350평 정도 들어가요. 그리고 금액은 현재 시세 기준으로 1억에서 1억 1~2천만 원 정도 들어가는데요. 영농형을 하면 450~500평 정도, 50~60% 정도 땅이 더 들어가고요. 금액도 한 1억 2~3천만 원에서, 많게는 1억 8~9천만 원까지 받거든요. 돈이 많이 들어가요. 그래서 돈을 좀 적게 들어가게 하는 연구를 많이 해야 하고요. 그러다 보니까 농민들에 부담이 많이 되는 게 현재의 단점입니다.

◆ 홍종호> 그렇지만 기존의 태양광이 아니라 다른 농민들의 농가 수입과 비교하면 여기는 농사도 짓고 태양광도 하게 된다는 거네요.

◇ 정재학> 그렇죠. 장점은 뭐가 있냐면요. 일반 태양광을 하면 땅을 빌리거나 매입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영농형 태양광은 이미 농사를 짓는 땅이잖아요. 그러니까 용이하죠. 설치할 수 있는 데가 많아지는 거예요. 일반 태양광을 하면 용도 변경도 해야 하고 적절한 땅도 찾아야 하고 여러 가지 문제가 많은데 이런 부분에서는 파급력이 좋을 것 같습니다.

◆ 홍종호> 또 우리나라 전체 국토에서 농지 면적이 15% 이상 되니까요.

◇ 정재학> 한 15~20%까지 얘기하고 있습니다.

◆ 홍종호> 좋습니다. 영농형 태양광이 대선 공약으로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런 만큼 앞으로 농가 소득을 넘어서서 우리나라 전력 공급, 또 앞으로 기후위기 시대에 대응하는 에너지 정책의 중요한 분야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영농형 태양광을 확산하는 데 있어서 가장 저해가 되는 이슈, 제일 핵심적인 문제가 무엇인가요?

◇ 정재학> 조금 외람된 말씀을 드리면 제가 볼 때는 기우, 즉 걱정입니다. 태양광 발전이 좋은 면도 있지만 그 폐해도 많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대형 기업들이 들어와서 자본이 전력비를 다 가져가고 지역은 소외되는 것이 첫째고 그래서 반목이 많습니다. 농가에 가면 태양광 얘기는 들어보지도 않고 손사래 치시는 분이 많고요.

◆ 홍종호> 벌써 한 번 피해를 겪었다, 상처를 받으셨군요.

◇ 정재학> 두 번째는 지금 21대 국회에서 만든 영농형 태양광 법안들이 대부분 자경농만 하도록 정해놨어요.

◆ 홍종호> 직접 땅 갖고 농사짓는 분들만요?

◇ 정재학> 그 이유가 뭐냐면 지금 농토의 60% 이상을 도시민들이 갖고 있어요. 원래 농토를 갖고 계시던 분들이 돌아가시고, 그 자녀들이 갖고 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아니면 도시에서 비교적 싼 땅을 사서 가지고 있는 분들이 많이 있고요. 이런 걸 막기 위해 농림부는 자경농만 태양광을 할 수 있게 제한한 겁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자경농보다 임차농이 더 많아요.

◆ 홍종호> 결국 땅을 소유하고 있지만 농사는 안 짓는 분들이고, 도시에 사니까 그 땅을 임차농에게 임대해서 농사를 짓는 경우군요.

◇ 정재학> 맞습니다. 임차농도 엄연히 농민인데, 정책에서 배제되다 보니 임차농들이 반대하는 겁니다.

◆ 홍종호> 임차농의 비중은 훨씬 큰데 말이죠.

◇ 정재학> 그렇죠. 훨씬 큽니다. 그래서 이 문제는 너무 당연한 건데, 프랑스의 경우를 보면 금방 해결돼요. 프랑스는 활동 농민(active farmer)이 할 수 있다고 돼 있어요.

◆ 홍종호> 그런 표현을 쓰는군요. 활동 농민이라고 하면, 땅을 소유하고 농사를 짓든, 임차해서 짓든 농업 활동을 하는 사람이라는 뜻이군요.

◇ 정재학> 맞습니다. 누구든 실제로 농사를 짓는 사람이면 가능하다는 거죠. 그런데 우리나라가 왜 자경농 이야기를 했냐면, 사실 서류상으로 쉽게 하려고 그랬어요. 도시민이 농민인 것처럼 위장해 영농형 태양광에 대한 이득만 챙기는 것을 못 하도록 하려고요. 그런데 이건 너무 탁상행정적 발상이고요. 결국 땅을 갖고 있으면서 농사를 짓는 사람은 서류상으로 구분하기 쉬우니까, 그것만 보는 거죠.

그런데 이러다 보니 이런 반목이 생기지 않습니까? 이런 갈등이 생기지 않도록 하려면, 프랑스에서 활동 농민이라는 개념을 어떻게 정의하는지 보고, 우리 현실에 맞게 적용한다면 이 문제는 충분히 해결될 수 있다고 봅니다. 현재로선 그게 제일 큰 문제입니다.


◆ 홍종호> 임차농에게도 영농형 태양광 기회를 열 경우, 혹시 예상되는 부작용은 없을까요?

◇ 정재학> 부작용은 땅값이죠. 농짓값이 오를 수 있다는 겁니다. 사실 일반 태양광도 대부분 60% 이상이 임차해서 하는 겁니다. 자기 땅에 설치하기보다도 땅을 20년 정도 임차하거든요. 그러면 임차농들도 농토를 20년 임차할 수 있어요. 도시민이 가진 농토를 20년 임차하는 게 그렇게 어렵지 않거든요. 그런데 "아, 그렇게 영농형 태양광으로 수익을 내는구나, 그럼 땅값을 올려줘" 이런 식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거죠. 이런 부작용을 어떻게 차단할지 고민이 필요합니다.

◆ 홍종호> 그러니까 현재 법상으로는 임차농은 영농형 태양광 시설을 설치해서 전기를 판매하고 수입을 얻을 수 없는 거죠?

◇ 정재학> 그렇습니다. 법적으로는 안 되죠. 그런데 만약 그게 가능해진다면 확산이 될 거 아닙니까? 그렇게 되면 농지 소유자들의 반응도 달라질 수 있어요. 지금 제가 알기로는 농촌에서 땅을 가진 분들이 임차농에게 임대료를 많이 받지 않아요. 심지어는 나중에 개발될 것을 기대하면서 농사지은 곡식은 그냥 가져가라는 식으로 사실상 무상에 가깝게 임대하는 경우도 많거든요. 그런데 영농형 태양광으로 수익이 생기면, 소위 임대료를 요구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그게 단점이 될 수 있는데, 이런 부분을 정책적으로 어떻게 풀어갈지가 앞으로 논의돼야 할 것 같습니다.

◆ 홍종호> 임차농 입장에서는 임대료, 즉 땅을 임차하는 비용이 오르더라도 만약 전기를 팔아서 얻는 수익이 충분하다면 그런 계약에 동의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 정재학> 그럴 수 있죠. 그런데 영농형 태양광을 하지 않는 일반 임차 농지의 임대료까지 함께 오르는 것에 대해서는 또 반대의 목소리가 있습니다.

◆ 홍종호> 그럴 수도 있겠네요. 언젠가 할 수도 있으니까요.

◇ 정재학> 그렇죠. 그리고 또 영농형 태양광이라는 게 정말 대규모로 들어서는 경우는 많지 않고, 소규모로 일부 구역에만 설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제 땅이 6,000평이라면 그 중 약 600평 정도에만 태양광을 설치하거든요. 그런데 6,000평 전체의 임대료가 오를까 봐, 그런 기우를 걱정하고 있는 겁니다.

◆ 홍종호> 일본도 임차농에게 태양광 사업의 문호를 열어두고 있습니까?

◇ 정재학> 일본도 처음에는 자경만 가능하게 했어요. 심지어 자기 자본을 갖고 있는 사람만 가능하게 했는데, 이렇게 하니까 확산이 너무 안 되는 겁니다. 원래는 일본이 3년에 한 번씩 작황을 검토해서 수확량이 80% 이하로 떨어지면 전기 사업에만 집중하고 농사를 안 짓는다고 판단해서 전기 사업 자격을 박탈하는 시스템이 있었거든요.

그랬더니만 은행들이 돈을 못 빌려주는 겁니다. 아무리 성실하다고 해도 어떻게 믿습니까? 결국 확산이 잘 안되니까 이 기준을 10년에 한 번 평가하는 걸로 바꿨습니다. 이런 움직임으로 봐서 일본도 점점 확대하려는 형국이기 때문에 임차농에 대해 문호를 열어가는 움직임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 홍종호> 그런데 일본은 그런 제약 조건 하에서도 영농형 태양광이 잘 확산된 것 같고, 일본 재생에너지 비중에서도 상당한 정도를 차지고 있는 것 아닌가요?

◇ 정재학> 맞습니다. 그 이유는 소득이 확실히 좋기 때문입니다.

◆ 홍종호> 농민들이 적극 나서시는군요.

◇ 정재학>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우리나라만 해도 농산물 수익보다 전기 수익이 5~10배 정도 나오거든요. 예를 들어 100kW 정도로 영농형 태양광을 설치하면, 한 사람이 20년 동안 매달 약 100만 원 정도의 수익을 얻을 수 있어요. 그런데 일본은 우리나라에 비해서 전기료가 2.8배 정도 더 비쌉니다.

◆ 홍종호> 특히 가정용은요.

◇ 정재학> 그래서 일본 농민들은 어마어마하게 하고 싶어 해요.

◆ 홍종호> 농민들 입장에서는 아주 큰 농가 수입원이겠네요.

◇ 정재학> 그렇죠. 그런데 여전히 투자할 돈이 없어서 못 하는 거예요. 그걸 해결하려고 지금 금융권을 중심으로 노력하는 중입니다.

◆ 홍종호> 금융 쪽에서 물꼬를 터주면 확산 속도가 훨씬 빨라지겠네요.

◇ 정재학> 그렇죠. 우리나라는 일본의 모든 문제점을 보고 시작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일본 학자들은 한국이 오히려 앞지를 거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농담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저한테 그렇게 얘기해 주고 있어요.

◆ 홍종호> 그런 일이 오면 좋겠습니다.

◇ 정재학> 저도 그렇게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래야지 우리 농촌이 살거든요.

◆ 홍종호> 결국 교수님은 농지법이 그런 방향으로 좀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거군요.

◇ 정재학> 맞습니다. 농지법 개선하는데 네 가지 중요한 요소가 있는데요. 첫 번째는 절대 농지입니다. 일본은 이미 절대 농지를 다 풀어놨어요. 이걸 풀어놓으니까 더 좋은 점이 뭐냐면, 절대 농지일수록 황무지가 많이 됩니다. 왜냐하면 절대 농지는 가격이 제일 싸거든요. 절대 농지는 팔아도 농민에게만 팔 수 있고 농사 외에는 쓸모가 없습니다.

◆ 홍종호> 사실상 활용할 다른 대안이 없군요.

◇ 정재학> 네. 그렇기 때문에 그냥 놔둡니다. 그러니까 농사짓던 분이 돌아가시거나 더 이상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되면 황무지가 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절대 농지가 제일 많이 황무지가 돼 있어요.

◆ 홍종호> 이미 한국도 그런 상황이고, 고령화돼 있으니까요.

◇ 정재학> 네, 이미 다 그렇습니다. 그런데 일본은 이 황무지가 되는 이유를 조사해요. 그래서 얼마나 황무지가 됐고, 그중 얼마가 다시 돌아왔는지 조사된 데이터가 있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 농림부는 그런 조사를 안 합니다. 일본은 절대 농지가 황무지로 다시 돌아오는 것 때문에 절대 농지를 열고 있거든요. 그런데 우리 농림부는 여전히 절대농지는 절대 안 된다고 얘기하고 있어요.

◆ 홍종호> 좀 고집스럽네요.

◇ 정재학> 고집이 좀 있죠. 해보면 좋은데요. 서서히 시도해 보면서 시작하게 되겠죠. 두 번째 문제는 아까 말씀드린 임차농과의 갈등이고요. 세 번째는 상속 문제입니다. 지금 농지 소유자들이 고령화돼 있잖아요. 농지 소유권자가 돌아가시고, 농지가 상속되면서 만약 재산으로서 상속세를 내게 된다면 영농형 태양광은 해봐야 이득이 안 남는 거죠. 그래서 저는 이것도 농촌의 식량을 재배하는 시설물로 보고 상속세를 면제해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걸 제가 굉장히 강조하고 있고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REC(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를 비싼 만큼 높여 줘야 합니다. 투자된 만큼 REC를 높여줘야 수익이 생기거든요. 이걸 지금 제가 많이 얘기하고 있습니다.

◆ 홍종호> 영농형 태양광이 아직도 한국에서는 오해를 많이 받는 것 같습니다. 교수님은 오늘 이 분야에 대해 연구도 굉장히 많이 하셨고, 현실은 이렇고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말씀을 해 주셨지만요. 또 일부 언론에서는 다른 얘기도 많이 하잖아요.

얼마 전 조선일보를 보니까 영농형 태양광에 대해서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 기업에 대한 재산권 침해라고 얘기했더라고요. 일부 언론에서는 농민들이 햇빛 연금, 바람 연금을 가져가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하고, 이런 흐름이 오히려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던데요. 이런 시선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 정재학> 제가 감히 이런 말씀을 드리긴 뭐하지만, 그 신문사는 평소에도 태양광에 대해 안 좋은 시선으로만 바라보는 기사를 많이 써 온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조금 오해가 있는 게 뭐냐면 그 기사에서 말하는 것은 일반 사업자들이 농촌에 들어와 영농형 태양광을 영위하면서 발생한 수익을 농민들한테 연금으로 내는 경우를 이야기하는 거예요. 그런데 저희가 말하는 영농형 태양광은 농민이 스스로 투자해서 농민이 수익을 가져가는 겁니다.

◆ 홍종호> 그렇죠. 그게 자경농이든 임차농이든 직접 운영하는 방식이죠.

◇ 정재학> 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식의 지적은 잘못된 겁니다.

◆ 홍종호> 농민이 직접 설치하고, 직접 대출을 받거나 직접 투자를 해서 수익도 얻는 구조니까요.

◇ 정재학> 그렇죠. 두 번째로는 발전 사업자들이 있죠. 현재 REC를 내야만 하는 발전 사업자들이 500MW 이상의 석탄 화력을 발전하는 발전 사업자들이에요. 그분들이 REC를 채워야 하거든요. 발전 사업자가 공기업 6개, 공공기관 2개, 그리고 민간 기업 19개로 총 27개나 됩니다. 이 발전 사업자들은 REC를 채우기 위해 오히려 투자하려고 해요. 저는 발전사들과 함께 많이 연구했잖아요. 예를들어 동서발전 같은 곳에서는 농민이 원한다면 본인들이 투자해 주고 대신 REC를 가져가겠다고 합니다.

◆ 홍종호> 그런데 이런 발전사들은 재생에너지를 의무적으로 공급해야 하니까, 그런 점에서 필요한 거죠. 그래서 가능한 거고요.

◇ 정재학>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런 발전사들과 농민, 그리고 영농법인이 협력하는 형태로 만들어진다면 지금 조선일보에서 제기한 문제들은 전혀 개입되지 않습니다.

◆ 홍종호> 서로 윈윈이 된다는 말씀이죠.

◇ 정재학> 그럼요.

◆ 홍종호> 그 모델이 맞는 모델이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잘 되는 곳들은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고요. 그래요. 태양광 에너지에 대해 지적되는 전력 품질 문제, 특히 간헐성 같은 것도 있죠. 또 전기가 과도하게 생산될 때가 있다는 거고요. 이건 꼭 영농형 태양광에만 국한된 얘기는 아니긴 하죠. 이번 스페인 대정전에서도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전력망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나왔는데요. 이건 어떻게 보세요? 물론 영농형 태양광만이 아니고 전체 태양광 발전 전반에 대한 이야기이긴 합니다.

◇ 정재학> 네, 그런데 이건 근시안적으로 몇 년 안에 어떻게 되는 걸 볼 성질은 아니에요. 그건 원래 태양광이 갖고 있는 단점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기보단 전력망 자체가 갖고 있는 단점이에요. 전력망이라는 건 수요가 많은데 공급이 적으면 블랙아웃이 오잖아요. 그런데 수요는 적은데 공급이 많으면 주파수가 흔들립니다. 막 높아지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 화력 발전의 경우에는 돌리는 속도를 제어해 어느 정도 완충할 수 있어요. 그런데 태양광 발전 같은 경우는 그게 안 된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건 결국 수요와 공급을 어떻게 예측하느냐에 달린 거예요.

그래서 독일에서는 태양광 발전 비중이 40%를 넘었음에도 잘 운영되고 있는 이유가 나우캐스팅(Nowcasting)이라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어요. 나우캐스팅이 뭐냐면 5분 이내 날씨를 예측하는 시스템입니다. 그걸 AI가 하고 있습니다.

◆ 홍종호> 실시간으로 예측하는 거죠.

◇ 정재학> 네. 실시간으로 예측해서 수요와 공급을 알게 되면, 그에 맞춰 태양광 발전이나 여러 다른 발전 방식들을 조절할 수 있죠. 태양광 발전의 경우는 ESS(에너지 저장 장치)를 가지고 저장할 수도 있고요. 지금은 이런 시스템이 완전히 구축되기 전의 과도기입니다. 지금 우리가 선진화된 전력 수요-공급 체계를 갖춘 인프라로 가는 과도기이기 때문에 이런 현상들이 생기는 거거든요. 이건 절대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해결된다면 태양광이라고 해서 전력망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건 절대 아닙니다.

◆ 홍종호> 아직 한국은 재생에너지 비중도 높지 않지만 왜 재생에너지가 들어와서 일을 복잡하게 만들었냐는 인식이 있는데 이건 극복해야 할 대상이잖아요. 이미 그걸 극복해서 잘 가고 있는 국가들이 많이 있잖아요. 피곤하니까 그냥 되돌아가자는 건 퇴행이죠.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저는 방향은 분명하다고 봐요.

◇ 정재학> 그렇습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기후변화잖아요. 기후변화를 잡기 위해서 가는 길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선진화되어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홍종호> 중요한 말씀이세요. 제가 오늘 많은 것을 교수님께 여쭤봤습니다만 기후변화에 따라서 식량의 생산성에도 큰 영향이 미치는데요. 탄소중립과 식량안보 양쪽을 다 핵심적으로 실현해야 하는 곳이 바로 농촌이지 않습니까?

◇ 정재학> 거기다가 지역 경제 부활까지요. 수도권 집중 때문에 너무 힘든데 이런 부분에서도 농촌을 살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홍종호> 못다 하신 말씀, 추가로 시청자분들께 하시고 싶은 말씀 있으면 해 주시죠.

◇ 정재학> 제가 감히 이런 말씀을 올릴 위치는 아닙니다만 제가 느끼는 것은요. 사실 이 태양광 발전, 신재생에너지는 이명박 정부 때 녹색성장으로 시작했던 겁니다.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에 우리나라가 가입하면서 우리도 지구촌의 기후변화를 바로잡는 핵심 국가로서 존경받는 국가가 되자는 차원에서 시작했던 일이거든요. 그런데 어느덧 진보와 보수로 나누어져서 에너지가 정쟁화됐어요.

원자력이든 신재생에너지든 단점이 있고 장점이 있습니다.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가 석탄화력발전을 밀어내기 위해서 보완해야 하는 관계라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리고요. 이 두 에너지를 가지고 정쟁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홍종호> 저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에너지 정책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이념을 떠나서 반드시 우리가 생각해야 하는 것인데요. 불필요하게, 과도하게 네 편 내 편으로 나눠지는 것이 대한민국의 발전에 저해되고 있다는 생각을 해요. 교수님께서 오랫동안 연구해 오신 영농형 태양광이 현장에서 만개할 수 있기를 저도 응원하고 싶습니다.

◇ 정재학> 불러주셔서 감사하고요. 이런 말씀 드릴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감사합니다.

◆ 홍종호> 지금까지 정재학 영남대 교수와 이야기 나눴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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