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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난세상

[新농수산잇템]⑦ “日産 넘겠다”… ‘킹참돔’이 온다

by 찬란원 2023. 6.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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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출처 : 조선일보 Chosum Biz  윤희훈 기자  2023.02.24 ]

해수부-경남도, 육종 개량 공동 연구 진행
작년 말 육종 개량 1세대 생산 성공
속성장·병내성 강한 품종 개발 위한 ‘시간과의 전쟁’

13일 오후 경남 통영 경상남도 수산자원연구소 앞바다에 설치된 신형 가두리 양식장의 모습. 이날 연구소에선 양식장 교체를 위한 준비 작업이 진행됐다. /윤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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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랑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지난 13일 오후 경남 통영 최서단에 있는 경상남도 수산자원연구소에선 구형 가두리양식장을 신형으로 교체하기 위해 준비 중이었다. 해체를 앞둔 구형 가두리 양식장엔 육종 개량을 위해 선별된 참돔 무리가 간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참돔은 출신에 따라 구획 별로 나뉘어 자라고 있었다. 한 가두리엔 남해에서 잡은 자연산 참돔 400마리, 다른 가두리엔 서해에서 잡은 자연산 참돔 100마리, 또 다른 가두리엔 육종 선별을 거쳐 생산된 1세대 참돔 1000여마리가 있는 식이다.

망망대해를 돌아다니다 돌연 가두리에 갇히게 된 자연산 참돔은 이곳에서 ‘순치’ 과정을 거친다. 순치란 자연산 물고기를 양식할 수 있도록 길들이는 과정을 말한다. 야생성을 죽이는 과정은 만만치 않다. 답답함을 못 이기고 몸을 그물에 비벼 비늘이 벗겨진 물고기도, 스트레스에 사료를 거부하는 물고기도 나온다. 적지 않은 개체 수가 이 과정에서 죽는다.

순치 과정에서 죽은 물고기의 빈자리는 다른 자연산 물고기로 채워야 한다. 자연산 참돔을 확보하기 역시 쉽지 않다. 김한식 경남 수산자원연구소 해양수산연구사는 “자연산 회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전국의 횟집에 선 예약을 걸어둔다. 수협에도 협조를 구한다”며 “자연산이 들어왔다고 하면 활어차를 끌고가 갖고 온다. 아니 ‘모셔 온다’”라고 말했다. 수산자원연구소가 이처럼 많은 참돔을 모으는 것은 바로 다양한 유전자 정보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확보한 유전자 정보는 ‘참돔 육종품종 개발’에 쓰인다.

통영에 위치한 경상남도 수산자원연구소의 양식장에서 사육 중인 육종 개발을 위한 참돔 친어들. /수산자원연구소 제공

◇ ‘생선의 황제’에서 양식어가 외면받는 참돔

참돔은 ‘생선의 황제’로 불린다. 횟집에선 일반적으로 돔, 혹은 도미라고 부른다. 최근 극장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애니메이션 슬램덩크에서도 “(기술이 뛰어난) 신현철은 도미, (궂은일을 해야 하는) 채치수는 가자미”라는 대사가 나올 정도로 화려함을 대표하는 어종이다.

값비싼 인기 어종이지만 최근 국내 양식 생산량은 감소하고 있다. 2009년 9200t이 생산됐던 양식 참돔은 최근 5000t 내외로 생산량이 줄었다.

왜일까? 김 연구사는 “현재 어가에서 양식하는 참돔의 성장 속도가 너무 더디다”라면서 “빨리 출하하고 싶어 하는 어가들의 바람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에서 수입되는 대형 참돔 때문에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은 국내산 참돔의 인기가 떨어지는 것도 요인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참돔 양식을 주로 하는 통영 어가에선 ‘참돔 품종을 개량해달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이에 해양수산부 산하 국립수산과학원 어류육종연구센터(이하 센터)와 경남 수산자원연구소(이하 연구소)가 협업해 작년 2월부터 참돔 육종 품종 개발을 시작했다.

센터는 연구소가 확보한 자연산과 양식산 ‘친어’(번식을 위해 사육 중인 성숙어, F0)의 정보를 받아 이들의 유전자형과 유전적 거리를 분석해 유전적 다양성이 높은 개체 교배 지침을 수립하는 역할을 맡는다. 연구소는 센터의 지침에 따라 교배를 이행하고 확보한 수정란을 치어로, 다시 치어를 성숙어로 키우는 역할을 맡는다.

센터와 연구소는 작년 말 친어에서 알과 정자를 받아 인공수정해 생산한 육종 1세대(F1) 종자 2만마리를 확보했다. 이렇게 확보한 육종 1세대 참돔을 다시 선발·교배해 육종 2세대(F2) 생산을 추진할 계획이다.

육종 품종 개발의 목표는 ‘건강하고, 빨리 자라고, 품질이 좋은 물고기’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육종품종 개발이 3세대까지 진행돼야 한다고 김 연구사는 설명했다. 1세대를 키우는데 통상 2~3년 걸린다는 점을 고려할 때, 선발 육종을 통해 ‘킹참돔’을 횟집에서 소비자들이 접하려면 10년은 기다려야 한다. 박종원 어류육종연구센터 박사는 “선발육종은 정해진 기간이 없다”라며 “유전자 조작 없이 과학적인 선발과 교배를 통해 체계적으로 세대를 관리해 누진적으로 유전적 개량 효과를 거둬야 한다”고 말했다.

송진영 수산자원연구소장은 “일본산 참돔의 크기가 크고, 품질이 좋은 것은 일본 정부가 오랫동안 추진해온 선발 육종 연구의 결과”라며 “출발은 늦었지만, 빠르게 따라잡을 수 있다. 연구 성과도 좋다. 10년을 본다. 그때가 되면 우수한 한국산 참돔을 국내 소비자들이 맛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정호 어류육종연구센터장은 “협업을 통해 육종 1세대 참돔을 확보했다. 앞으로 속성장 품종 개발이 한결 빨라지게 될 것”이라며, “속도감 있는 연구로 양식 현장에 빨리 보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국내산 참돔과 일본산 참돔 비교. /조선비즈DB

다음은 박종원 박사와 김한식 연구사와의 일문일답.

ㅡ참돔 선발육종 연구를 왜 시작했나?

박 “국내 참돔 양식은 1980년대 시작해 2000년대 유통품종으로 자리 잡았다. 꾸준히 늘어나던 양식 참돔 생산량은 2009년 9226t을 정점으로 이후 계속 감소해 최근엔 5000t 수준에 불과하다. 선발육종 연구 없이 계속 양식만 진행하면서 품종이 열성화돼 생산성이 감소한 것이다.”

 

ㅡ수산시장에 가보면 큰 참돔이 많이 보이는데, 대부분 일본산이다.

박 “일본은 1962년부터 참돔 선발육종을 시작해 속성장 육종 참돔을 개발했다. 벌써 15세대까지 진행이 됐다. 지속적인 선발육종 연구 투자의 결과다. 참돔은 돔류 중 성장이 가장 빠른 종이다. 양식에도 유리하다. 수온이 따뜻한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저수온기에 성장이 정체되는 문제도 있다.”

 

ㅡ소비자들이 많이 찾는데도 생산량이 감소한다니 의외다.

김 “열성화에 따른 성장 둔화가 가장 컸다. 출하할 크기까지 키우려면 시간이 더 걸린다. 어가 입장에선 양식 회전율이 늦어져 수익성이 떨어진다. 양식 기간 장기화로 늘어나는 사룟값도 무시하지 못한다. 여기에 일본이 2020년 올림픽을 앞두고 참돔 생산량을 늘렸다가, 올림픽 개최 지연으로 시장에 참돔을 대량 방출하면서 국내 수입량이 늘었다. 공급 과잉으로 국산 참돔의 가격 경쟁력도 떨어졌다.”

김한식 경남 수산자원연구소 해양수산연구사가 가두리 양식장 안에 있는 참돔 친어를 설명하고 있다. /윤희훈 기자

ㅡ육종 품종 개발은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나?

박 “확보한 어종의 유전적 정보와 혈통 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관리한다. 모든 물고기엔 개체 식별번호가 부여된 RFID 전자칩이 등지느러미 앞에 박혀 있다. 유전적인 능력 평가를 통해 파악한 ‘속성장’ ‘병내성’이 좋은 DNA가 있는 우량 개체끼리 인공 수정을 시켜 품종을 계속 개량하는 것이다. 근친으로 인한 열성화를 막기 위해 부계와 모계 정보를 모두 취합하고, 프로그램으로 최적의 교배 궁합을 짠다.”

 

ㅡ이번 연구를 통해 기대하는 성과는?

박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유전능력 평가로 개발되는 육종 품종은 자연산과 유사한 유전적 다양성을 유지하게 된다. 또 성장이 빠를 뿐만 아니라 생존율도 좋고, 기형은 적은 것이 특징이다. 앞서 육종 품종을 개발한 ‘킹넙치’의 경우 일반 넙치보다 성장이 빨라 상품 출하 기간을 2개월 단축하는 효과를 거뒀다. 참돔도 이런 성과를 낼 수 있길 기대한다.”

 

ㅡ어가도 기대가 크겠다.

김 “어가 입장에선 생산단가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얻을 수 있다. 소비자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간다.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양질의 생선이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ㅡ선발 육종 과정에서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김 “연구도 어렵지만, 친어로 쓸 자연산을 확보하는 게 만만치 않다. 유전적 다양성을 위해선 여러 해역에서 잡은 참돔이 필요하다. 확보한 자연산 참돔을 양식화, 이른바 ‘순치’하는 과정에서 많이 죽기도 한다.”

 

ㅡ자연산 참돔은 어떻게 확보하나?

김 “몸으로 뛰어야 한다. 어디에 자연산 참돔이 있는지 수소문을 해본다. 자연산 회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전국의 횟집에 선 예약을 걸어두기도 한다. 수협에도 협조를 구한다. 자연산이 들어왔다고 하면 활어차를 끌고가 갖고 온다. 아니 모셔 온다.”

박종원 국립수산과학원 어류육종연구센터 연구사가 육종 개발을 위한 교배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 /수과원 제공

ㅡ협업으로 진행하는 연구인데 각 기관은 어떤 임무를 수행하나?

박 “센터에서는 참돔의 친어 및 종자 집단의 유전학적 분석, 친자 확인 기술개발, 유전능력 평가, 선발 및 교배지침을 수립하는 연구를 수행한다.”

김 “연구소는 참돔 친어 집단 확보 및 사육관리, 종자 생산, 육종효율 검증 등을 수행한다. 센터의 유전자 분석 기술과 연구소의 친어 관리 및 종자 생산 능력의 시너지가 기대된다. 두 연구기관 모두 그동안 축적한 육종 기술 등 연구 기반을 확보한 상태에서 협업하게 됐다는 점에서 빠른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ㅡ언제 선발육종으로 개발된 참돔 육종 신품종을 볼 수 있을까?

박 “3세대(8~9년)는 지나야 속성장 효과를 볼 수 있다. 육종 연구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각 세대를 계속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장기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연구를 계속 이어가기 위해선 전문 연구인력도 필요하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예산과 시설·장비, 국민의 관심이 필요하다.”

 

ㅡ참돔 외에 다른 어종에 관한 연구는 없나? 기후변화에 따른 수온 변화도 대비해야 하는데.

김 “현재 연구소에서 ‘바리’류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흔히 최고의 횟감으로 ‘다금바리’를 꼽지 않나. 따뜻한 지역에서 나는 바리류는 세계적으로 인기 어종이다. 현재 연구소에선 30~40㎏에 육박하는 ‘대왕바리’를 수조에서 키우며 차세대 양식 어종으로 개량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대표적인 선어 품종인 ‘병어’를 양식화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병어는 아직 국내에서 양식화가 안 된 어종이다. 현재 실내 수조에서 병어를 키우고 있는데, 순치가 잘되고 있다.”

박 “센터에서는 수온 상승을 대비해 고수온내성 육종 품종을 개발 중이다. 저염분내성 등 다양한 육종 대상 형질을 추가할 예정이다. 넙치, 전복, 조피볼락(우럭), 굴 등 개량할 품종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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