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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난세상

[新농수산 잇템]⑤ ‘블랙페이퍼’에서 ‘단짠’ 대명사로…K-푸드 수출 이끄는 ‘김’

by 찬란원 2023. 6.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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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출처 : 조선일보 Chosum Biz  윤희준 기자  2022.01.21 ]

‘블랙페이퍼’에서 ‘웰빙 간식’으로 거듭나
김, 작년 수출 6.5억불…수출 1위 식품 자리매김
신안천사김·성경식품 등 강소기업 수출 상품화 성공
‘스낵’으로 개발 현지화 전략 통해
물류비 절감·포장방식 개선은 숙제

조미김./해양수산부

‘바다의 잡초’로 불렸다. 서양인들에게 ‘블랙 페이퍼’(Black Paper, 검은 종이)처럼 생긴 형상은 어색했고, 입 속에 달라붙는 식감은 불쾌감을 안겼다. 기호식품도 아닌 ‘혐오식품’으로 보는 소비자도 많았다.

과거 ‘김’을 바라보는 세계인의 시각이 이랬다. 2023년, ‘김’의 위상은 과거와 같지 않다.

아시안 푸드를 넘어 웰빙 간식으로 자리매김 중이다. ‘Seaweed’(해조류)로 통칭되다 최근 들어선 ‘Gim’(김)이라는 이름으로 ‘K컬쳐·K푸드’의 선봉장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21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작년 한해 김 수출량은 3만톤으로, 수출액 6억5575만달러를 기록했다. 글로벌 식품 트렌드인 ‘간편하고 건강한 식품’의 요건에 딱맞는 김은 2010년부터 2021년까지 연평균 수출액이 19.7% 늘었다.

현재 한국산 김은 세계 시장에서 7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식품 분야 한류 열풍을 이끌고 있다. 김이 수출되는 나라는 총 114개국, 2010년 64개국에서 10여년만에 2배가량 늘었다. 다만 아직까진 미국과 중국·일본 등 3국으로 수출하는 물량의 비중이 전체의 절반을 넘는다.

국산 농수산물 중 수출 1위 품목이 바로 김이다. 김 아래로 담배와 라면, 참치, 커피, 김치 등이 순위를 지키고 있다.

그래픽=손민균

그렇다면 국내 김 수출 1위 기업은 어디일까? 국내 식품 1위 기업인 CJ제일제당이나 ‘양반김’으로 유명한 동원F&B 등이 떠오르겠지만, 정답은 아니다. 국내 1위 김 수출업체는 전남 신안에 소재한 ‘신안천사김’이다. 신안천사김은 지난해 92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 중 수출 매출이 877억원이다. 전체 매출의 95%가 수출에서 나온 것이다. 영업이익이 200억원을 넘을 정도로 내실도 탄탄하다.

2013년 공장을 가동한 신안천사김은 2014년 2000만달러 달성, 2020년 7000만달러 달성 수출기념탑을 수상한 데 이어 작년 연말에는 1억달러 달성 수출기념탑을 수상했다.

신안천사김의 빠른 성장은 미국 거대 유통채널과의 협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현재 신안천사김은 코스트코의 PB(자체브랜드)인 ‘커클랜드 시그니처’(KIRKLAND SIGNATURE, 이하 KS) 김을 납품하고 있다.

코스트코에서 유통되는 KS김은 모두 신안천사김이 만든다. 전 세계에 매장을 둔 코스트코는 각 지역별로 바이어를 두고 다양한 업체에서 제품을 납품받는다. 특히 신선도를 위해 빠른 물류가 중요한 식품 분야에서 한 업체의 제품이 전세계 매장으로 들어가는 경우는 신안천사김이 유일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신안천사김의 권동혁 대표는 “코스트코가 한국김의 우수성을 인정했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물론 신안천사김의 탁월한 품질 관리도 큰 역할을 했다.

전남 신안 압해읍에 소재한 신안천사김 공장에서 생산된 '커클랜드 시그니처 김' 제품이 쌓여 있다. 이 공장에선 하루 컨테이너 박스 9대 물량이 생산된다. 생산된 제품들은 부산항을 거쳐 미국과 캐나다 등으로 수출된다. /윤희훈 기자

쌀밥이 주식인 한국에서 김은 훌륭한 반찬 역할을 하지만, 식문화가 다른 서양에선 김을 간식으로 여긴다. ‘고소함과 짠 맛이 적절하게 섞인 독특한 식감의 스낵’이 서양인이 생각하는 ‘김’이다. ‘단짠’ 이라는 오묘한 매력으로 세계인의 입맛을 매혹하는 K-푸드의 선두주자다.

신안천사김은 이러한 서양인들의 인식을 반영해 제품 디자인을 국내 업체들과 다르게 했다. 바삭함은 살리고, 짠맛은 줄였다. 이를 위해 김은 다른 업체들보다 중량이 더 나가는 마른김을 사용했다. 신안천사김 관계자는 “내수용 김 업체들은 공정에 사용하는 마른김을 보통 한 톳당 240g 정도 되는 김을 사용한다”면서 “스낵용으로 단단한 맛을 내기 위해 우리는 최소 한 톳당 270g이 넘는 김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모든 제품이 ‘유기농 인증’을 받은 것도 신안천사김의 강점이다. 신안천사김이 수출하는 모든 제품은 현재 미국 농무부의 유기농 인증 프로그램인 ‘USDA’ 인증을 받았다. USDA 인증을 받기 위해선 김 가공에 사용되는 원초부터 소금·기름까지 모든 제품이 유기농이어야 한다.

2019년에는 미국의 VQIP(자발적 적격 수입자 프로그램) 인증도 받았다. 이 인증은 미 식품의약국(FDA)이 공인한 3자 인증 기관에서 발급하는 인증으로, 심사과정이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해당 인증을 받은 업체는 통관 절차를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혜택이 부여된다.

이에 대해 권 대표는 “납품 가격 절감보다 우수한 품질을 요구하는 코스트코의 상품 관리 정책이 있었기에 해당 인증의 취득을 시도할 수 있었다”며 “이 같은 품질에 대한 고집이 신안천사김과 KS김의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권동혁 신안천사김 대표이사가 19일 본사 회의실에서 수출 1억불 달성 탑을 들고 있다. /윤희훈 기자

대전에 소재한 성경식품도 최근 김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지도표 성경김’으로 유명한 성경식품은 대전의 한 재래시장에서 작은 김 가게로 시작해, 전통시장 등 골목상권의 숨은 강자로 자리매김을 한 김 생산 업체다.

2021년 매출액은 750억원, 이중 수출액이 200억원 가량을 차지했다. 2017년 5억원에 불과했던 수출액이 4년 만에 40배 성장했다. 성경식품은 수출 확대 전략으로 현지화를 잡았다. 서양인들의 기호에 맞춰 ‘데리야키’ ‘아보카도오일’ ‘체다치즈’ 등 다양한 향의 김 스낵 제품을 출시했다.

미국 브랜드 ‘gimme’에 납품하는 김 스낵은 현재 아마존이 운영하는 ‘홀푸드’ 등에 입점한 상태다. 대형 유통체인인 월마트에도 납품을 시작해 수출 실적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성경식품 관계자는 “현지 업체와의 소통을 통한 제품 개발과 각종 유기농 인증 덕택에 김 수출을 확대할 수 있었다”며 “특히 인증 비용에 대해 정부가 80% 정도의 비용을 지원하는데, 수출을 준비하는 중소기업엔 상당한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해외 김 수출 시장은 아시안 마켓, 특히 코리안 마켓을 중심으로 진행돼 국내 업체들간 파이 싸움이 치열했다”면서 “현지인 맞춤형 상품을 개발한다면 수출 시장을 더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일본과 미국에 이어 다음 개척지로 유럽을 바라보고 있다”면서 “식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큰 유럽시장을 뚫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드라마 ‘우영우’ 등을 통해 K컬처와 한국의 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얼마든지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성경식품에서 생산하는 수출용 제품 'gimme'. /gimme 홈페이지 캡처

김 수출을 확대하는데 애로는 없을까. 김 생산업체들은 하나같이 ‘물류비’를 언급했다. 중량 대비 부피가 큰 김은 수출 물류비용이 상당히 많이 들기 때문이다.

권 대표는 “수출용 김 상품으로 컨테이너 하나를 가득 채우면 그 안에 들어간 제품의 가격이 6000만원가량 된다”면서 “지난해 공급 대란이 벌어졌을 당시 부산에서 LA까지 컨테이너 1대를 보내는 물류 비용이 1만5000달러를 상회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야 코스트코가 글로벌 물류기업인 UPS 등과 물류 계약을 체결해 정해진 컨테이너 가격에 물류에 대한 애로가 적었지만, 직접 수출하는 업체들은 타격이 상당했을 것”이라며 “저가 상품을 수출하는 업체들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친환경 규제로 인한 플라스틱 트레이와 방습제(실리카겔) 제거를 위한 기술 개발도 업체들의 숙제다.

플라스틱 트레이를 제거하면 상품 부피를 줄일 수 있고, 탄소 저감에 기여할 수 있지만 바삭한 김이 부서져 상품성이 훼손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플라스틱 트레이 대신 종이 트레이를 사용하는 방식도 연구해봤지만 비용과 기능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려웠다고 한다. 트레이를 없애고 직접 봉투에 넣는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할 경우 공정 속도가 지연되는 문제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수출 상품의 가치와 친환경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 개발(R&D)에 대해 정부 차원의 지원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수출 시장 확대를 위한 판로 개척과 세계 시장 동향 분석, 비관세 장벽 등은 중소기업 스스로 해소하기 어려운 과제”라면서 “세계인들의 김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위생 수준 개선, 품질 제고 등 국내 김 산업 전반의 수준이 업그레이드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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