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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일상일기/글로벌세계

[기후변화가 기회다]② 태안서 아열대어종 키우고, 고성서 방어 잡아… 한반도 어업 지도 바뀐다

by 찬란원 2023.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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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간 광어 종자 키우다 아열대어종 양식 “올해 흑자 전환”
동해 수온 상승에 제주도서 잡히던 방어 강원도로 이동
살오징어는 동해 어획량 줄고 서해 어획량 늘어
해수부·국립수산과학원, 품종 개량하고 대체어종 개발

[ 자료출처 : 조선일보 사회 - 2023년1월6일 ] 

 

작년 한반도를 강타한 기록적인 폭우와 남부지방을 덮친 최악의 가뭄은 기후변화의 영향을 실감하게 했다. 하지만 뜨거워 지는 지구로 대표되는 기후변화는 우리에게 열대과일과 열대어종 등을 기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조선비즈는 기후변화 위기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며 희망찬 미래를 꿈꾸는 농가와 어민들, 기업의 이야기를 소개한다.[편집자주]

“30년을 광어 종자만 양식했는데 막다른 길에 이르렀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결국 기후변화에 맞춰 높은 수온에서 살아남는 어종을 키우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달 12일 충남 태안 가로림양식장에서 만난 김용구(59)씨는 후끈한 열기와 습기로 가득찬 양식장 내부를 안내하며 이렇게 말했다. 사람 팔뚝만 한 물고기 수백 마리가 그의 인기척에 따라 먹이를 먹으려 몰려 들었다. 김씨는 국내 최초로 순환여과식으로 아열대 어종인 ‘대왕자바리’ 양식을 시도하고 있다. 순환여과식 양식은 미생물로 양식장 물을 정화 처리, 한 번 사용한 물을 계속 사용하는 기술이다.

지난달 12일 충남 태안 가로림양식장에서 국내 최초로 순환여과식으로 아열대 어종인 대왕자바리를 양식하고 있다./최효정 기자

김씨는 부산수산대(현 부경대)에서 양식학 석사를 받은 뒤 태안에서 30년 넘게 광어 종자 생산에 매달렸다. 최근 수년 간 수온이 올라 어류들의 질병 발병률이 높아져 양식이 어려워지고 있다. 광어 종자 생산량은 줄어드는데 업체 간 경쟁은 심해져 수익이 매년 감소했다. 2020년 그는 과감한 전환을 시도했다. 국립수산과학연구원의 지원을 받아 아열대 어종 양식을 병행하기로 한 것.

그가 선택한 어종은 대왕자바리라는 아열대 어종이다. 흔히 ‘자이언트그롬퍼’로 불리는 대왕바리와 자바리의 교잡종으로 고수온에서 잘 견뎌 주로 동남아에 서식한다. 크기가 크고 육질이 단단해 낚시터나 식용 수요로 인기가 많다. 국내 전체 생산량은 아직 500톤(t) 정도이지만 고급 식용 어종인 바리과인만큼 맛이 좋아 횟집 등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그래픽=이은현

대왕자바리는 국내에선 현재 1kg당 3만원 정도에 판매되는데 김씨는 지난해 처음으로 약 6억원의 매출을 냈다. 그는 올해 6월 기준 생산량 70톤(t)을 목표하고 있다. 폐사 등 피해가 없다면 순환양식장 시설을 지은 설비 비용을 메꾸고 흑자 전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공을 거쳐 온라인 판매처도 확대할 계획이다.

김씨는 “아열대 어종은 월동을 위해 양식장을 히트펌프로 난방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지만 향후 해수온이 점점 더 오르면 키우기가 더 쉬워져 전도유망하다”고 말했다.

 

◇ 제주도서 잡히던 ‘방어’는 동해로, 동해 ‘오징어’는 서해로

기후변화가 대한민국 어업 지도를 바꾸고 있다. 국민횟감 광어를 위협할 정도로 인기가 치솟는 겨울 제철 생선 ‘방어’가 대표적이다.

통계청 어업생산동향조사 품종별 통계에 따르면 제주도의 방어 어획량은 2010년 1444t에서 2020년 1317t으로 소폭 줄어든 반면 강원도의 어획량은 2010년 486t에서 2020년 2408t으로 약 395% 증가했다. 10년 새 강원도에서 잡히는 방어가 제주도를 넘어선 것이다. 겨울철을 맞이한 방어 떼가 적정 수온을 찾아 남쪽으로 이동하다 서식하기 좋은 환경인 동해에 머무르기 때문이다.

지난 40년 간 동해의 표층수온은 1.75도 상승했고, 남해는 1.07도 올랐다. 강원 고성군에서 방어 어획을 하고 있는 한 어민은 “10년 전부터 방어가 꾸준히 잡히다가 5년 전부터 어획량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며 “강원도에서 잡힌 방어가 제주도로 팔리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오전 경북 포항시 송도동 포항수협활어위판장에서 경매사들이 제철 생선인 대방어와 잿방어(왼쪽)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뉴스1

한편 동해의 마스코트였던 살오징어는 서해에서 어획량이 급증하고 있다. 경북에서 잡힌 살오징어는 2010년 6만6630t에서 2020년 3분의 1 수준인 2만1768t으로 급감했으며 강원도의 살오징어 어획량도 2010년 1만6705t에서 2020년 8691t으로 줄었다.

반면 전남의 살오징어 어획량은 2010년 2117t에서 2020년 5208t으로 증가했고, 충남 또한 어획량이 10년 만에 867t에서 2903t으로 증가했다.

서해의 살오징어 어획량이 늘어나게 된 이유는 방어보다 다소 복잡하다. 동해의 살오징어들이 서해로 옮겨간 것이 아니라, 동해의 어획량이 줄어들고 서해의 어획량이 늘어난 것이다.

살오징어 서식수온은 10~18도이며, 적서수온은 13~16도다. 동해의 살오징어들은 수온이 높아지는 봄~여름철에 동해 북부 러시아 수역까지 올라간 뒤, 수온이 낮아지는 9~10월에 산란을 위해 남해 쪽으로 회유(回游)한다. 동해에서는 10~12월에 회유하는 살오징어를 어획하는데, 최근 동해의 수온이 올라가면서 북쪽으로 올라간 살오징어들이 내려오지 않고 있다.

반대로 서해의 살오징어들은 겨울철 동중국해 인근에서 산란을 한 뒤 여름철 서해 쪽으로 북상을 한다. 최근 동중국해나 남해 서부의 수온이 가파르게 상승한 반면 서해의 수온은 비교적 많이 오르지 않아 살오징어들이 오래 어군을 형성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 서해는 육지로 둘러싸인 구조라 어군 밀집에 좋은 환경이기도 하다.

 

충남 태안군청 수산과 관계자는 “태안 내 수협 세 곳의 위판장을 기준으로 1년 만에 살오징어 어획량이 20% 이상 증가, 어민들과 식당을 운영하는 군민들이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주조업 시기인 6~8월에는 동해에서 조업을 하던 어선들도 태안 앞바다까지 원정 조업을 하러 온다”며 “오징어가 지역경제의 ‘효자’ 역할을 하면서 태안으로 오는 관광객들도 증가했다”고 말했다.

◇ 기후변화, 어업에 지각변동 일으켜... 생산량 줄고 폐사 늘어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지난 1968년부터 작년까지 전세계 바다의 평균 표층수온이 0.52도 상승하는 동안 한반도 해역의 수온은 약 1.35도 올랐다.

그래픽=이은현

수온 상승은 어업생산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대성 어종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어류의 유출은 많아졌지만 유입은 더뎌졌기 때문이다. 국내 연근해 어업생산량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151만t 안팎이었지만, 2010년대 들어서 105만t 수준으로 감소했으며 2020년대에는 100만t 선도 깨졌다.

어업생산량이 줄어든 대표적인 사례가 동해의 명태다.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4만t 이상 잡히던 명태는 1990년대 들어서 멸종하다시피 됐다. 2017년 국내에서 잡힌 명태는 단 1t이었다. 2014년 해양수산부는 ‘살아있는 명태를 찾는다’며 최대 5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의 공개수배지를 붙이기도 했다.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조양기 교수 연구팀은 ‘동해안 명태 사라진 시기 해양환경변화 규명’이라는 제목의 연구를 통해 1980년대 후반 명태 산란지역의 해수면 온도가 약 2도 상승해 산란적지가 크게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1980년대 후반에 변화된 해류에 의해 산란지에서 동해안 서식장으로 이동된 개체 수는 74% 줄어들었다.

여름철 이상 기온으로 40도에 육박하는 고온이 유지되면 가두리 양식장 등의 양식생물은 면역력이 약해져 질병에 쉽게 걸린다. 때문에 먹이활동이나 움직임이 둔해지게 된다. 수온이 30도 이상으로 올라 양식생물의 생존 임계치를 넘어서게 되면 집단 폐사하는 일도 발생한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해양수산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2021년 고수온·적조로 폐사한 양식물 피해액은 655억여원에 달한다. 수온이 28도에 도달하기 1주일 전 발령되는 고수온관심단계도 지난해 전년보다 1주 빨라지는 등 매년 더 빨라지고 있다.

 

◇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어종 개발하고 품종 개량 활발

해양수산부와 국립수산과학원 등은 기후변화로 찾아온 연근해 어종 감소의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2016년부터 아열대 어종인 바리과 어종들을 교잡한 교잡바리류의 종자 생산과 양식기술·방법 등을 연구하고 있다. 대왕자바리와 대왕붉바리는 2020년 양식기술 개발에 성공해 현재 충남 태안 가로림양식장과 전남 무안 등 2곳에서 양식 중이다. 대왕붉바리는 대왕바리와 붉바리의 교잡종이다. 무안에서는 종자만 생산해 제주로 보내고 제주에서 키워 판매 중이다. 제주 바다에서는 별도 난방 없이도 월동(越冬)이 가능한 실정이다.

대왕붉바리의 경우 남해안 일부 해역의 자연조건에서도 월동이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나왔다. 800g 이상의 대왕붉바리는 경남 통영과 전남 거문도 해상가두리 양식장에서 각각 75%, 95%가 생존했다. 월동과 여름철 고수온 시기에 단기간 집중 양성이 가능해 향후 대체어종 양식으로 고부가가치를 생산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기존 어종의 품종 개량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고수온에서 생존하는 품종들을 집중적으로 키워 어민들에게 보급하는 식이다. 대표적인 것이 넙치다. 보통 바다 온도는 여름날 28도까지 올라가는데 32도 고수온에서도 살아남는 넙치들의 염기 서열 분석을 통해 종자를 개량하고 ‘고수온 내성 넙치’를 보급할 계획이다. 고온에 강한 개량형 전복 등 다양한 대체 어종 공급에도 속도를 낼 예정이다.

길현우 남해수산연구소 연구원은 “겨울철 수온 때문에 현재까지는 남해와 제주 일부 지역에서만 해상가두리 양식이 가능하지만 육상양식장에서는 가온시설로 폐사를 예방할 수 있다”면서 “순환여과식 양식장 및 육상유수식 양식장을 대상으로 아열대 어종으로의 전환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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