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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일상일기/글로벌세계

[기후변화가 기회다]④ 플라스틱 퇴출 발맞춰 ‘종이 빨대’를 미래 먹거리로…

by 찬란원 2023. 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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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가 기회다]④ 플라스틱 퇴출 발맞춰 ‘종이빨대’를 미래 먹거리로… “소비자 불편 줄이고 제조공정 친환경화”

점착 테이프 만들던 테이팩스, 종이빨대 시장점유율 2위로
”친환경은 회사의 미래가 달린 행보… 빠른 속도로 사업 확장”
자동차 소재 제조하던 화승소재도 친환경 아이템 발굴 박차

 

[자료출처 : 조선일보 - 조선비즈  2023년1월 19일 최효정 기자  ]

 

작년 한반도를 강타한 기록적인 폭우와 남부지방을 덮친 최악의 가뭄은 기후변화의 영향을 실감하게 했다. 하지만 뜨거워 지는 지구로 대표되는 기후변화는 우리에게 열대과일과 열대어종 등을 기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조선비즈는 기후변화 위기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며 희망찬 미래를 꿈꾸는 농가와 어민들, 기업의 이야기를 소개한다.[편집자주]

 

지난 2018년 스타벅스가 국내에 처음 도입한 종이빨대는 ‘종이를 씹는 것 같다’는 혹평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일회용품 사용 규제 강화 영향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올해 11월 이후에는 식당이나 카페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쓸 수 없다.

 

플라스틱 퇴출 바람에 맞춰 ‘종이빨대’라는 신사업 기회를 포착한 기업은 2차 전지 테이프와 식품포장용 랩을 생산하는 테이팩스다.

업력이 40년이 넘은 식자재 및 공업용 테이프 업체로 작년 4분기 매출이 495억원에 달한다. 기존 사업에서 탈피해 종이빨대 사업에 진출하기로 결정하면서 친환경 종이제품 제조 스타트업인 코스코페이퍼와 손을 잡았다. 코스코페이퍼가 제조와 연구를 맡고 테이팩스가 영업·마케팅을 맡았다.

 

지난달 22일 방문한 경기 포천 코스코페이퍼 공장 내부에선 위생모를 쓴 직원 세 명이 일사분란하게 작업에 매진하고 있었다. 300도가 넘는 고온에서 열접착 방식으로 세 겹씩 단단하게 말아진 빨대들이 컨베이어 벨트 위로 쏟아지면 변질을 막는 코팅액을 묻힌 다음 굳혀 분류한다. 열접착 방식은 대부분의 종이빨대에 적용되는 풀(Glue)접착 방식보다 생산비가 높지만 인체에 더 안전하다.

지난달 22일 경기 포천시 코스코페이퍼 공장에서 직원들이 종이빨대 제조 작업을 하고 있다./최효정 기자

이곳의 종이빨대는 전량 ‘FSC(FORESTS FOR ALL FOREVER)’인증을 받은 종이를 사용한다. 산림을 파괴하지 않는 제품이란 뜻이다. 사용한 펄프만큼 조림으로 새로운 나무를 심는 기업만이 받을 수 있다.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생산된 종이빨대는 스타벅스와 배달의민족 가맹점 등 전국 곳곳으로 퍼져나간다.

 

플라스틱 빨대의 퇴출은 전세계적인 트렌드다. 유럽연합(EU)과 미국의 일부 도시에서도 정책적으로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플라스틱이 기후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린피스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보고서 ‘플라스틱 집콕조사 일회용의 민낯’에 따르면 99% 이상 화석연료로 만들어지는 플라스틱은 가스와 석유 추출, 정제와 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2019년 국제환경법센터(CIEL)는 플라스틱 산업계가 한 해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8억5000만톤(t)이라고 추산하면서 이 수치가 500메가와트 용량 화력발전소 189개의 배출량과 맞먹는다고 지적했다.

 

수많은 플라스틱 품목 중 빨대가 1차 퇴출 대상이 된 것은 가장 일상적인 물건이고, 대체할 수 있는 대안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에서 소비되는 플라스틱 빨대는 106억개에 달했다. 국민 1명당 연간 빨대 206개를 쓰는 셈이다. 스타벅스를 필두로 기업들이 종이빨대 사용을 늘리면서 현재 플라스틱 빨대 사용량은 상당히 감소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글로벌 시장 조사 전문업체 데이터브릿지 마켓 리서치 그룹은 글로벌 친환경 종이빨대 시장 규모가 2022년 1조7700억원 규모에서 2029년 4조7338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테이팩스가 종이빨대 시장에 뛰어든 것에는 미래 가치 판단과 함께 기업의 환경적 책임에 대한 고민이 작용했다. 종이빨대에 대한 초창기 시장의 거부감과 생산비 등이 장애물이었지만 지속적인 원가절감과 연구개발로 국내 시장 점유율 2위까지 올라섰다. 2021년에는 스타벅스 코리아와 노티드 코리아, 배달의민족 등과 납품 계약을 맺었다.

스타벅스의 종이빨대./스타벅스 페이스북 캡처

종이빨대와 다회용컵 등 친환경 제품 매출은 아직 20억가량에 불과하지만, 회사의 미래가 달린 행보라는 평가다. 일반 제조업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신성장동력으로 삼는 것이다.

 

소비자 불편을 해결하기 위한 연구 개발도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박상희 코스코페이퍼 대표는 “국내 기업 중 거의 유일하게 자체 R&D를 하고 있다. 핵심은 소비자 불편 감소와 제조 공정의 친환경화”라면서 “종이 사용량을 감소하기 위해 현재 세 겹이 아닌 한 겹으로 된 신제품을 개발해서 시판에 나섰고, 코팅액 성분도 자연친화적인 성분으로 교체하고 있다. 냄새를 줄이기 위해 크라프트지가 아닌 다른 종이 원료로 대체하려는 연구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 자동차 부품·소재회사 ‘화승소재’, 친환경車 경량화 소재 TPV 생산 확대

전통적 제조업체가 미래 먹거리로 ‘친환경’을 선택한 사례는 테이팩스뿐만이 아니다. 1978년 동양화공 설립을 시작으로 자동차 부품·소재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던 화승소재는 친환경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애플 등 빅테크 기업들이 ‘RE100′(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캠페인)을 강조하는 등 글로벌 산업계가 환경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만큼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려면 친환경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현재 화승소재의 주력 친환경 제품은 ‘열가소성 가교 엘라스토머’로 불리는 TPV다. TPV는 TPE(열가소성 엘라스토머)의 일종으로 고무 컴파운드(화합물) 함량이 높아 사실상 고무에 가까운 소재로 알려져 있다. TPV는 글로벌 시장에서 친환경 자동차의 경량화 소재로 주목받고 있으며, 차량용 실링과 대시보드, 도어트림 등 자동차 부품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래픽=손민균

화승소재는 2021년 9월 NICE 신용평가로부터 TPV에 대한 녹색채권 인증을 획득했다. 기존 고무 컴파운드 제품은 사실상 재활용이 불가능했는데, 화승소재가 자체 개발한 TPV는 재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TPV 생산 공정에서 전력 사용량을 줄여 탄소배출량을 약 33%까지 감소한 것도 녹색채권 인증을 획득하는 데 주효했다.

 

화승소재는 친환경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TPV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 TPV 생산량을 연간 3만톤(t)까지 확충할 예정이다. 국내 TPV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화승소재는 TPV 매출이 2025년 7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화승소재는 한발 더 나아가 신규 브랜드 ‘써모프렌 바이오’를 출시할 예정이다. 기존 TPV에 ‘바이오 컴파운드’를 접목해 고기능성 친환경 소재를 자동차 내장재 등에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바이오 TPV는 석유 추출 원료가 아닌 사탕수수·옥수수 등 자연에서 얻어진 원료 비중을 50%까지 높인 것이 특징이다.

화승이 진행 중인 '업사이클링' 사업. 타이어 등에서 나온 폐고무를 다시 가공 처리하면 카본블랙·충전재 등 새로운 제품으로 재탄생한다./화승

화승소재는 타이어 등에서 나오는 폐고무 제품을 활용한 ‘업사이클링’ 소재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양한 재활용 소재를 파쇄·가공 처리해 카본블랙·오일·충진재 등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사업이다. 화승소재는 2027년까지 재활용된 소재 사용량을 전체 고무 소재 사용량의 15%인 연간 1만톤까지 늘릴 방침이다.

 

화승소재 관계자는 “친환경 정책으로 유화업계의 단계적 ‘탄소 제로’ 선언이 공표되면서 선택할 수 있는 원자재 스펙트럼이 줄어들고 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공정개선을 통한 수율 향상, 에너지 절감 및 재활용 소재 적용 확대를 넘어 업사이클링 소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속적인 기술투자와 경영혁신으로 1500여종의 컴파운드를 개발·보유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저탄소 제조 기술, 순환경제를 고려한 연구개발 및 생산을 통해 ESG 경영을 실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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