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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일상일기/글로벌세계

[기후변화가 기회다]⑤ 저탄소 농산물 판매 늘고 다회용기 사용 일상화… “친환경 소비 그린슈머 확산”

by 찬란원 2023. 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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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출처 : Chosun Biz  2023.01.30 ]

저탄소 농산물 인증 농가 4년 만에 2배 증가… 온실가스 배출 줄여
농가는 판매채널 확대되고 소비자는 캐시백 받아
다회용기 들고 음식점·카페 찾는 ‘제로 웨이스트’ 인기

 

작년 한반도를 강타한 기록적인 폭우와 남부지방을 덮친 최악의 가뭄은 기후변화의 영향을 실감하게 했다. 하지만 뜨거워 지는 지구로 대표되는 기후변화는 우리에게 열대과일과 열대어종 등을 기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조선비즈는 기후변화 위기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며 희망찬 미래를 꿈꾸는 농가와 어민들, 기업의 이야기를 소개한다.[편집자주]

 

지난 11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의 친환경·유기농 식품 전문 매장 ‘오아시스’. 10평 남짓한 매장에서 손님 8명이 ‘유기농’ 인증 마크가 붙은 식품을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었다. 국물용 대멸치, 김, 당면, 뿌리 다시마를 비롯해 돼지고기·한우·닭 등 육류부터 까나리 액젓이나 향신료까지 종류가 다양했다.

60대 여성 A씨는 ‘동물복지’와 ‘무항생제’ 인증 마크가 붙은 ‘동물복지 자유방사 유정란’을 6판이나 집어 카트에 담았다. 이 계란은 10구에 3900원. 바로 옆에 진열된 유정초란 30구 8900원보다 비쌌지만, 그의 선택은 동물복지에 신경을 쓴 계란이었다. 이 여성은 “전에 먹어봤는데 가족들이 더 맛있는 것 같다고 해서 사는 것”이라고 했다.

유치원 자녀가 있다는 30대 주부 임모씨는 “아무래도 어린 아이에게 먹일 것이다 보니 몸에 해가 없다는 친환경이나 무농약 같은 제품을 고르게 된다”며 “일반 마트보다 비싸지만, 가끔 친환경인데도 더 싼 경우도 있다”고 했다.

경기 고양시의 친환경·유기농 식품 전문 매장 내부./이학준 기자

기후위기와 동물 복지에 신경을 쓴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이런 소비 트렌드 변화가 생산자들이 자발적으로 탄소 배출을 줄여 정부 인증을 받도록 유도하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012년 시작한 ‘저탄소 농산물 인증 제도’는 사업 초기 인지도 부족으로 인증 농가 수가 수백개에 그쳤지만 2017년 2763개에서 2021년 5753개로 4년 만에 2배 넘게 증가했다.

저탄소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가 면적도 2017년 3564헥타르(ha)에서 2021년 6751ha로 89.4% 증가했다. 농산물 유통액은 2017년 352억원, 2019년 511억원, 2020년 554억원, 2021년 625억원으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그래픽=편집부

저탄소 농산물 인증은 탄소중립기본법에 따라 농식품부가 운영하는 것으로 친환경·GAP 인증을 받은 농산물 중 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인 농산물에 부여하는 제도다. 환경오염물을 많이 배출한 농가에 패널티를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친환경 농가에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서 자발적인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유도하려는 취지다.

인증을 받으려면 해당 품목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배출된 온실가스가 해당 품목의 평균 온실가스 배출량보다 적어야 한다. 농촌진흥청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농업기술진흥원에서 인증 받으면 생산한 제품에 ‘저탄소 인증 마크’를 붙여 판매할 수 있다.

가령 저탄소 인증을 받은 농업회사법인 대한포도는 ‘풋거름 작물재배’를 적용해 매년 약 158톤 CO2 eq(carbon dioxide equivalent, 온실가스 배출량을 이산화탄소로 환산한 양)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였다. 화학비료를 대체하기 위해 호밀, 보리 등 식물의 잎과 줄기 등을 비료로 이용하는 방식이다.

과일가공 업체 과일드림은 풀을 거름으로 사용하는 농법을 활용해 저탄소 인증 사과를 재배하는데 사과 1개당 60g의 이산화탄소 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품 포장재도 100% 자연 분해되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활용한다.

 

◇ 저탄소 인증, 농가는 판로 열리고 소비자는 캐시백 ‘윈윈’

저탄소 인증은 농가와 소비자 모두에게 윈윈이다. 농식품부는 온·오프라인 유통사로 구성된 유통협의회를 구성해 판로 확대와 유통 활성화를 지원한다. 유통협의회에는 이마트, 현대백화점, 농협 등 국내 오프라인 유통 대기업은 물론 마켓컬리 등 이커머스도 참여한다. 이들이 온·오프라인 기획전을 열어 저탄소 인증 농산물을 소개하는 판촉행사를 한다.

 

작년 컬리의 저탄소 농산물 판매량은 2017년 대비 약 850% 증가했고, 현대백화점은 2016년 이후 매년 10% 넘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작년에는 전년 대비 23.4% 늘었다.

컬리 관계자는 “저탄소 인증 쌀의 경우 밥의 향이 좋고 찰지다는 평이 많았다”며 “유아·아동을 위한 쌀로 입소문을 모으면서 구매량이 증가했다”고 전했다. 현대그린푸드 관계자는 “단체급식 같은 경우도 고객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저탄소 인증을 받은 농산물로 대체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소비자들은 정부가 운영중인 ‘그린카드 제도’를 활용해 저탄소 인증 농산물 구매금액의 최대 15%를 포인트(에코머니)로 돌려받을 수 있다. 에코머니는 현금이나 상품, 카드포인트로 바꿔 쓸 수 있다.

농산물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자는 정부 정책 방향과 그린슈머(green+consumer, 환경을 고려하는 소비자) 열풍이 맞물리면서 향후 저탄소 농산물의 종류도 늘어날 전망이다. 농식품부는 당초 51개 농산물을 인증 대상품목으로 선정했으나, 2021년에는 블루베리·밤·체리·배추 등 10개를 추가해 61개로 늘렸다. 올해는 고사리·참나물 등 4개 품목을 추가해 65개로 확대할 방침이다.

윤광일 농식품부 농촌탄소중립과장은 “저탄소 농산물 인증은 기본적으로 안전성이 확보된 농산물에 대해 탄소배출을 줄인다는 개념으로 건강도 지키고 지구도 보호하는 의미가 있다”며 “저탄소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호응이 좋고 소비량도 늘고 있기 때문에 인증을 받으려는 농가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기준 마켓컬리에서 판매하고 있는 저탄소 인증 농산물./마켓컬리 캡처

◇ “배달음식도 직접 받으러 가요”… ‘제로 웨이스트’도 인기

친환경을 실천하려는 소비자들의 행동 반경은 먹거리를 넘어 일상생활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G마켓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동안 텀블러, 스테인리스 빨대, 에코백, 손수건 등의 판매량은 재작년 같은 기간보다 20~30% 증가했다. 텀블러와 스테인리스 빨대의 판매량은 전년 대비 각각 31%, 22% 늘었으며, 손수건과 에코백도 각각 25%, 24%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플라스틱 용기를 쓰지 않은 샴푸바의 판매량은 2021년 하반기 대비 122% 증가했으며, 라벨을 없애 재활용을 용이하게 한 무라벨 생수도 192%가량 판매량이 늘었다. 흙이나 물에서 자연스레 분해되도록 만들어진 생분해 비닐봉투도 같은 기간 2배 가까이 판매량이 증가했다.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는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활동을 하고 있는 박정은(27)씨는 밖에서 음식을 주문할 때 다회용기에 받아온다. 그는 2년 전 코에 플라스틱 빨대가 박혀 가쁜 숨을 내쉬는 바다거북의 영상을 보고 충격을 받은 후로 일회용컵이나 빨대, 배달용기, 각종 포장용기들의 사용을 최소화하고 사용한 용기를 세척 후 재사용하는 새로운 생활 습관을 만들고 있다.

친환경 소비는 뜻밖의 경제적인 이득으로도 이어진다. 박씨는 화장품이 떨어지면 유통업체들이 운영하는 ‘리필스테이션’을 찾는다. 화장품, 세정제, 샴푸 같은 생활용품을 다회용기에 사갈 수 있는 곳이다.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제품을 살 때보다 최대 50% 이상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구매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환경부에서 운영하는 ‘탄소중립실천포인트’도 1000원 적립 받을 수 있다. 이 포인트는 카드사 포인트나 현금으로 바꿔 쓸 수 있다.

서울 마포구 한 음식점에서 박정은(27)씨가 에서 다회용기에 음식을 포장해가는 모습./김민소 기자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예전에는 환경 친화적 소비가 환경에 관심이 있는 소수의 특성이었다면 요즘엔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많이 나타난다”며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영향력이 크다 보니 친환경 소비가 확산하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많이 정착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린슈머가 늘다 보니 기업에서도 자연스럽게 이들을 겨냥한 기획이나 판매활동을 늘리고 마케팅에 활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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