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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난세상

[농축산열전]⑦ ‘구황작물’은 옛말… 맛 좋고, 영양 많은 감자 vs 고구마

by 찬란원 2024. 10.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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⑦ ‘구황작물’은 옛말… 맛 좋고, 영양 많은 감자 vs 고구마

[ 자료출처 : 조선비즈 & Chosun.com  윤희훈 기자2024. 10. 4.    ]

 

올해 국내 감자 유입 200주년 맞아
고구마는 감자보다 60년 빨리 재배돼
‘수미 감자’ 수확성 개선한 ‘골든볼’ 보급 중
고구마도 소담미 등 국산 품종으로 日 품종 대체

영양 간식으로 각광을 받는 감자와 고구마. /조선비즈DB

넷플릭스 화제작 ‘흑백요리사’에서 펼쳐진 흑수저와 백수저 팀 대결. 감자의 활용법을 놓고 백수저 팀의 두 셰프가 신경전을 벌인다. 조림요리의 강자 최강록 셰프는 감자를 찐 다음 소스에 내리겠다고 하고, 미국에서 활동하는 선경 롱게스트 셰프는 요리의 텍스처(질감)가 같아진다며 반발한다. 최강록 셰프가 제안한 으깬 감자를 활용한 소스는 팀원과 심사위원에게 호평을 받았다. 팀 내 갈등을 조정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에피소드 뒤에는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감자의 매력이 숨어 있었다.

올해 감자가 국내에 들어온지 200주년을 맞았다. 조선 헌종 때 실학자였던 이규경이 쓴 ‘오주연문장전상고’에는 감자의 유래와 관련해 “우리나라에 북저(감자)가 들어온 시기는 1824~1825년”이라고 기록돼 있다. 감자가 국내에 들어온 계기에 대해선 설이 많다.

산삼을 캐는 사람들이 청나라에서 몰래 가져와 국경 근처에서 심었다는 이야기가 있고, 해외 선교사가 감자 재배법을 전파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고령지농업연구소는 감자 도입 200주년을 기념해 올해 하지였던 6월21일을 ‘감자의 날’로 선포했다. 절기상 하지 전후에 감자를 많이 수확한다는 점을 반영했다.

 

고구마는 감자보다 60여년 빨리 국내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앙아메리카 지역에서 재배되던 고구마가 15세기 말 콜럼버스에 의해 유럽에 들어왔고, 1590~1600년쯤에 중국과 일본에 유입됐고, 한반도에는 1763년 일본에 통신사로 갔던 조엄이 갖고 들어왔다는 설이 가장 힘을 받고 있다.

국내에 먼저 들어왔던 고구마의 원래 이름이 ‘감저’였다. 달콤할 감(甘)자에 사탕수수·마 저(藷)자를 썼다. 생긴 건 마와 닮았는데, 맛은 달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다. 이후에 들어온 감자는 고구마가 주로 따뜻한 남부지방에서 재배되는 것과 달리 북부 산간지역에서 재배된다 하여 ‘북저’라는 이름이 붙었다.

농사에 큰 영향을 주지 않고, 조금만 심어도 수확량이 많은 고구마는 구황작물로 각광을 받았다. 정조실록에는 고구마의 구황작물로서의 기능과 함께 지역 관리들이 고구마를 수탈해 농가에서 종자를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라는 기록이 있다.

하지(夏至)를 이틀 앞둔 지난 6월 19일 경북 고령군 개진면 한 감자밭에서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이 감자를 수확하고 있다. /뉴스1

◇ 생장 빠른 감자, 바이러스는 치명타… “우수 씨감자 확보해야”

감자와 고구마는 생김새와 곡물을 대체할 작물이라는 점에서 많이 닮았지만 특성은 전혀 다르다. 산간지역에서 많이 재배하는 감자는 추위에 강한 반면, 고구마는 추위에 약하다. 이런 특징 때문에 감자는 평균 기온이 낮아 쌀이나 밀을 재배하기 힘든 지역에서 식량 작물로 많이 쓰였다. 한반도에 들어온 이후로도 감자는 개마고원과 강원도 산간지역에서 주로 재배했다.

 

감자는 영양번식을 하는 작물로, 씨감자를 심어 농사를 짓는다. 종자 번식을 하는 작물보다 초기 생육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장점은 때론 약점이 되기도 한다. 씨감자가 한번 바이러스에 걸리면 다음 세대로 바이러스가 계속 이어진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감자를 심으면 수확량이 최대 90%까지 감소될 수 있다.

이런 바이러스의 세대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농진청에서는 안전한 씨감자 관리에 공을 들이고 있다. 현재 국내에선 씨감자를 기본종-기본식물-원원종-원종-보급종의 5단계로 나눠 공급한다. 각 단계마다 1년이 걸린다. 기본종을 새로 개발한 뒤 농가에 공급하는 보급종을 만들기까지 5년이 걸린다는 얘기다.

강원 평창에 소재한 농진청 고령지농업연구소는 세계 최초로 기본종을 대량으로 생산하기 위한 ‘수경재배’ 기술을 실용화했다. 유리온실에서 양분이 있는 물을 이용해 1포기에서 평균 50개의 씨감자를 생산한다.

수경재배를 통한 기본종 생산은 인력이 적게 들고, 생산되는 씨감자의 중량이 10~30g 이상으로 크다는 장점이 있다. 기본종은 수경 재배를 하고, 이후 원종까지는 그물망이 설치된 망실에서 재배한다. 바이러스를 옮기는 진딧물과의 접촉을 막기 위해서다. 농가 보급하는 보급종만 노지 포장에서 재배한다.

지난 6월 18일 전북 완주군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에서 열린 감자 캐기 체험에 참여한 어린이들이 신품종 감자 품종을 시식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제공

전문가들에 따르면 사계절이 뚜렷한 한반도의 기후가 감자를 재배하기 좋은 조건은 아니라고 한다. 감자는 선선한 기후에서 잘 자란다. 미국과 네덜란드에선 여름철 시원한 곳에서 감자를 150~180일 가량 키운다. 일본도 홋카이도에서 생산되는 양이 전국 생산량의 75%를 차지한다. 일본에서 생산된 감자 4개 중 3개는 홋카이도산(産)인 셈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대관령 주변의 일부 고랭지에서만 여름철 씨감자를 생산할 수 있다. 식용감자는 하지감자라고 해 주로 4월에 심어 6월말에 수확한다. 재배기간은 80~100일 정도로, 짧은 기간에 집약적으로 감자를 재배한다. 재배 기간이 짧아 평균 수확량이 헥타르(㏊)당 25톤 정도로 선진국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품종은 ‘수미’이다. 1978년 장려품종으로 지정된 이후 가장 많이 재배되고 있다. 국내 식품기업이 감자 스낵 이름으로 ‘수미칩’이라는 이름을 쓸 정도로 익숙한 품종이지만, 육종은 미국에서 개발했다.

최근 기후변화로 수미 품종의 수확량이 감소하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이에 농진청에서는 봄 재배용으로 속이 노랗고 맛이 좋으며 갈변이 지연되는 ‘골든볼’ 품종을 개발해 보급 중이다. 2기작 품종인 ‘은선’과 ‘금선’은 가을과 겨울에 감자를 재배하는 전남 보성과 전북 부안 지역에 공급하고 있다. 조지홍 고령지농업연구소 소장은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우수 품종을 육성하고, 우량 씨감자 보급 확대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황엄지 농촌진흥청 연구사가 전남 무안 국립식량과학원 바이오에너지작물연구소에서 개량한 고구마 품종을 소개하고 있다. /윤희훈 기자

◇ 수확기 맞은 고구마… 맛도 좋은데, 항산화 효과까지

감자가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기 직전인 6월 말 수확을 시작한다면, 고구마는 더위가 꺾이기 시작하는 9월 중순부터 수확을 시작한다. 속이 하얀 밤고구마와 노란 호박고구마, 그리고 이 둘의 장점을 합쳐 만든 꿀고구마까지 품종이 다양하다.

고구마는 비타민B·C·E, 철분, 아연과 같은 미네랄이 많다. 영양적으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칼륨 함량이 높아 나트륨 배설을 촉진해 혈압을 내리는 효과가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고구마 잎과 줄기는 루테인이 많아 눈 보호에 좋다고 한다. 속이 노란 호박고구마에는 체내에서 비타민A로 전환되는 베타카로틴이 풍부하다. 베타카로틴은 어린이 성장과 성인병 예방에 효과가 있는 성분이다.

육종 연구를 통해 베타카로틴 함량을 높인 호박고구마를 연구한 과학자들은 어린이 성장 지연 해결에 기여했다며 세계식량상을 받기도 했다. 다만 단맛을 내는 당 성분 때문에 고구마를 장기적으로 많이 먹는 것은 영양학적으로 추천되지 않는다.

고구마 재배 품종도 다양하다. 일반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품종으로는 ‘베니하루카’가 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일본에서 유래한 품종이다. 베니는 ‘주홍색’, 하루카는 ‘아득하다’ ‘뛰어나다’는 뜻이 있다. 빨갛고 맛이 좋은 고구마라는 뜻이다. 국내 한 농가가 일본에서 몰래 가져와 재배하기 시작하면서 다른 농가에까지 품종이 보급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 개발한 고구마 품종인 '소담미'의 특성. /농촌진흥청 제공

농진청은 베니하루카를 대체할 작물로 소담미를 2020년 개발해 현재 농가에 보급 중이다. 소담미는 감미도 측정 평가에서 베니하루카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썩음 현상이 적어 장기저장에 유리하다는 점도 소담미의 강점이다.

입자루 껍질이 부드럽고 기능성이 우수한 ‘통채루’와 병에 강한 다수성 호박고구마 ‘호풍미’도 농진청이 개발한 품종이다. 밤고구마 신품종으로는 ‘진율미’가 있다.

고구마는 용도에 따라 특성이 달라진다. 통채루는 다른 품종에 비해 줄기 부분이 부드럽다. 고구마 순 요리 용도로 활용하기 유리하다고 농진청 관계자는 설명했다. 다른 품종은 줄기 요리를 하려면 줄기의 껍질을 벗겨내야 하지만, 통채루는 껍질을 그대로 쓸 수 있다. 손질이 간편하고, 껍질에 함유된 안토시아닌과 비타민C 함유량이 많다는 점도 특징으로 거론된다.

최근 들어선 품종 개량과 함께 이용성 증진을 위한 연구가 한창이다. 고구마 끝순에서 추출한 물질의 항염 및 미백 효과 연구를 비롯해, 고구마 잎의 항당뇨 활성 평가 등을 진행 중이다. 황엄지 농진청 바이오에너지작물연구소 연구사는 “일본산 품종이 맛이 좋다며 농가에 많이 보급됐지만, 병에 약하다는 단점이 있다”면서 “병 저항성을 강화하고, 맛도 더 뛰어난 국내산 품종을 개발하고 국내 농가에 보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9월 26일 농진청은 국산 고구마에 항산화 효과가 뛰어난 페놀산 유도체가 34종 함유돼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밝혔다. 해당 품종은 국립식량과학원이 개발한 ‘신자미’로 이소클로로젠산 에이(isochlorogenic acid A)를 비롯해 총 34종의 유도체가 함유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구마에 함유된 페놀산은 세포 내 산화 억제 등 항산화 효과가 매우 우수한 것으로 보고돼 있다.

한선경 농진청 바이오에너지작물연구소장은 “기능 성분 확인으로 국산 고구마의 우수한 품질을 알릴 수 있게 됐다”며 “국민 건강증진과 농가 소득 증대, 관련 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신품종 고구마 개발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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