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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일상일기/글로벌세계

식물의 육식 본능…영양 결핍에 처하자 고기를 먹었다

by 찬란원 2023. 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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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 : 한겨레신문기사  2023. 6. 13. 10:05 ]

 

서아프리카 덩굴식물 트리피오필룸 펠타툼
인 부족하면 끈끈이 액체 분비해 곤충 섭취

곤충을 포획하기 위해 끈끈한 액체를 분비하는 트리피오필룸 펠타툼의 식충잎.

절박한 상황에 처하면 이전에 하지 않던 행동이 나오곤 한다. 예컨대 허기가 깊어지면 평소 거들떠 보지도 않던 음식에도 자연스레 손이 가게 된다. 생존을 위한 생명체의 본능적 자구책이다.

서아프리카 열대우림에 서식하는 트리피오필룸 펠타툼(Triphyophyllum peltatum)이라는 이름의 덩굴식물은 특정 상황에서 식충식물로 변신해 육식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런 형태의 식충 식물은 이 식물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그동안 그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독일 라이프니츠 하노버대 과학자들이 재배 실험을 통해 그 수수께끼를 풀어냈다. 연구진은 이 식물이 영양 결핍이라는 절박한 상황에 처할 경우 평소에 먹지 않던 곤충을 잡아먹는 것을 확인했다고 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뉴 파이톨로지스트>에 발표했다. 이 식물은 췌장암과 백혈병, 말라리아 등의 질병 치료제 후보 물질을 갖고 있어 과학자들의 관심이 높은 식물이기도 하다.

트리피오필룸 펠타툼은 서아프리카 열대우림에 서식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연구진은 온도, 영양소 등을 달리한 여러 영양 환경에서 이 식물 수백그루를 키우면서 살펴봤다. 그 결과 평소엔 다른 식물과 마찬가지로 광합성을 통해 영양분을 보충하던 이 식물이 인 성분이 결핍될 경우 식성을 바꾸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양한 실험 조건 중 유일하게 인이 결핍된 경우에만 일시적으로 끈끈한 잎을 만들어 곤충을 잡아먹었다.

식충 식물로 변신하는 기간은 성장단계마다 달랐다. 어린 잎의 경우, 인이 결핍된 새싹의 67%에서 분비샘 선이 선명한 선엽이 한 개 이상 생겨났다. 선엽은 처음엔 잎 끝이 둥글게 말리는 것이 특징이며, 1~2주 후 분비샘에서 끈적끈적한 액체를 분비하기 시작했다. 액체의 분비는 1~2개월 지속됐다.

트리피오필룸 펠타툼이 식충 선엽 발달 단계(a~f). 처음엔 잎 끝이 둥글게 말리는 것이 특징이며, 1~2주 후 분비샘에서 끈적끈적한 액체를 분비한다. New Phytologist

비에 영양분 소실되자 나온 자구책

인은 생명의 6대 필수 원소(CHONSP=탄소, 수소, 산소, 질소, 황, 인) 가운데 하나이자 질소, 칼륨과 함께 비료의 3대 요소로 불릴 만큼 식물 성장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유전정보가 들어 있는 DNA, 에너지 기본 단위인 아데노신3인산(ATP), 세포막을 이루는 인지질에서 인은 필수적인 원소다. 하지만 물에 쉽게 녹기 때문에 비가 많이 오면 토양에서 인을 섭취하기가 어렵다.

연구진이 이 식물을 다른 성장 환경으로 옮기자 곤충 포획용 땀샘이 없는 새 잎이 나왔다. 연구를 이끈 트라우드 윙켈만 교수는 “식물을 유리온실로 옮겼을 때 영양 결핍이 생길 것이라고는 예상했지만 질소 결핍이 일어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봤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9월에 적도 몬순 비가 끝날 무렵 영양분, 특히 인이 고갈되는 산비탈 서식지에서 육식은 이 식물이 생존하는 데 아주 중요한 메커니즘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번 발견이 육식의 기원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논문 정보

https://doi.org/10.1111/nph.18960

Carnivory on demand: phosphorus deficiency induces glandular leaves in the African liana Triphyophyllum peltatum.

New Phytologist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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