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태양광 발전소가 확산됨에 따라 농업과의 공존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농지에 태양광 발전소가 설치되면 식량 안보를 위험에 빠트리고 경관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에 농작물을 재배하면서 동시에 태양광 에너지를 생산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른바 농업태양광(agrivoltaic)이다. 하지만 농업태양광을 통해 농작물과 태양광의 '결합 수확량'을 최대화하는 기술 역시 경제성 등을 이유로 논란에 휩싸이는 모양새다.
伊총리 "태양광은 식량 주권 위협"
각국의 태양광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태양광 패널은 전 세계 전력의 6%를 공급했다. 블룸버그NEF는 올해에만 585기가와트(GW)의 태양광 용량이 추가로 설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블룸버그통신 등은 "태양광 열풍은 지구상 유한한 토지 때문에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태양광의 확장세와 맞물려 토지 이용을 둘러싼 논쟁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프랑스에서는 최근 태양광 패널이 농지의 40% 이상을 덮을 수 없게 막는 법이 제정됐다. 이탈리아 정부는 농부들이 태양광 개발자들에게 농지를 임대하는 것을 금지하는 긴급 명령을 발표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사진)가 "태양광 패널은 식량 주권에 대한 위협"이라고 규정하면서다. 영국에선 작년 말 클레어 쿠티노 당시 에너지장관이 "태양광 발전이 식량 안보를 위협해서는 안 된다"며 "지방자치단체가 고품질 농지에 대한 태양광 프로젝트를 거부해야 한다"고 촉구해 논란에 불을 지폈다.
스페인, 네덜란드 등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비슷한 마찰이 계속되고 있다. 태양광 개발자들은 통상 "원래 농업에 사용되지 않았던 토지 위주로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려고 한다"고 해명한다.
하지만 블룸버그는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거의 절반의 태양광 개발자들이 미래 사업 기회 대부분이 농지에 태양광을 설치하는 데서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농지는 평평하고 나무가 적으며 전력망, 도로와 같은 인프라와 가깝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주정부 대 지역정부의 갈등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미국 태양광 에너지 산업 협회에 따르면 태양광 개발자가 1메가와트(㎿)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에는 최대 10에이커(약 0.0405㎢)의 토지가 필요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미시간대학교 지속가능성 연구소의 사라 밀스 박사는 "이는 지역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세금 수익)과 부정적인 영향(소음 공해, 경관 훼손)을 동시에 발생시킨다"고 말했다.
콜럼비아 로스쿨의 사빈 기후변화법 센터는 "작년 5월 기준 미국 41개 주에서 총 395개의 반대 조례가 제정돼 재생에너지 프로젝트가 좌초됐다"고 분석했다.
미시간, 일리노이, 미네소타 등 재생에너지를 장려하는 민주당이 집권한 일부 주정부에서는 '재생에너지에 대해서는 주정부가 최종 결정 권한을 갖도록 한다'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사례까지 발생했다. 지역정부나 지역 주민이 태양광 설치 등을 거부해도 밀어붙이겠다는 취지에서다.
'대안' 농업태양광, 경제성은 "글쎄"
이에 농업과 태양광을 공존시키기 위한 농업태양광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유럽 에너지 대기업 셸의 자회사 사비온은 지난 7월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대규모 농업태양광 농장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미국 최초다. 코넬대학교의 자레드 부오노 연구원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태양광 패널이 회전하면서 그 아래 농작물에 햇빛을 직접 비추게 할 수도 있다"며 "이러한 '안티트래킹' 패널이 포도나무, 복숭아나무 같은 민감한 농작물과 공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티트래킹 패널은 일정 시간이나 조건에서 태양광을 피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패널을 의미한다. 이런 기술 개발은 농업 생산량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프랑스에서는 폭염시기 패널이 포도나무를 그늘에 두어 수확량이 30% 증가한 사례가 기록됐다. 반대로 추운 날씨에는 패널을 접거나 기울여서 기온을 몇 도 높여 서리를 방지할 수 있게 해줬다는 보고도 있다.
부오노 연구원은 "반건조 환경에서 태양광 패널 옆에서 재배한 토마토의 수확량은 기존 시스템에 비해 거의 세 배 높았다"며 "마찬가지로 태양광 패널 단지에 방목한 동물도 더위 스트레스를 줄여 가축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네덜란드에서는 한 산딸기 농부가 2020년 시범 프로젝트에 성공한 이후 유럽에서 가장 큰 농업태양광 단지를 설치했다. 그는 "산딸기는 원래 악천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플라스틱 덮개를 사용해 재배되는데, 이를 패널로 바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농업태양광은 아직 초기 단계다. WSJ는 "두 산업을 결합하면 태양광 발전 비용이 상승하고 농업 생산성이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두 마리를 토끼를 잡으려다 둘 다 놓칠 수 있다는 우려다. 미국 정부 추산에 따르면 태양광 발전의 약 1%만이 농업태양광 단지에서 생산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각국 정부와 학계의 지원을 받아 연구 중인 농업태양광은 대부분 농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태양광 개발자들의 비용 조건을 충족하기 어렵다.
통상 태양광 패널의 높이는 약 1.2m라서 농업 기계가 그 밑을 통과하기엔 너무 낮다. 이에 패널 높이를 최소 1.8~2.1m 이상 높여야 하는데, 이 경우 비용이 상승한다. 또한 농작물과 농기계가 공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패널 사이의 간격을 넓히고 있는 것도 태양광 발전량을 낮추는 원인이 되고 있다.
부오노 연구원은 "(농업태양광을 도입할 경우) 와트당 5달러의 비용이 든다고 얘기했을 때 태양광 개발자들의 관심이 급랭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대규모 태양광 프로젝트의 중간 비용은 2022년 기준 와트당 1.32달러였다.
'농업난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농축산 열전]② ‘형님·아우’ 하는 보리·밀… 곡식 넘어 기호 식품으로 진화 (0) | 2024.10.16 |
---|---|
[농축산 열전]① “기후 변화 잘 버텨요”… 고온에 강한 사과 ‘컬러플’ & 병 안걸리는 배 ‘그린시스’ (0) | 2024.10.16 |
농촌진흥청, ‘노지 스마트농업 시범지구’ 사업 닻 올려 (0) | 2024.01.16 |
2024년 기본형 공익직불제 안내 (0) | 2024.01.11 |
2024년 농림축산식품부 달라지는 주요제도 (0) | 2024.01.1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