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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세상

포도 품종 : 루비로망에 대하여

by 찬란원 2022.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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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출처 : 매일경제 2022년 10월15일 기사자료 ]

 

특허심판원, 선등록된 상표권 '루비로망' 무효시켜
日 이시카와현서 육성된 세계 제일 비싼 포도 '루비로망'
한송이에 수백만원 넘자 국내 업자가 상표권 먼저 등록
日 이시카와현서 상표등록 추진
이시카와현 지사 "일본 품종 유출된 것"

세계에서 제일 비싼 포도인 루비로망

특허심판원은 지난 8월말 전남에 사는 한 업자가 보유하고 있던 프리미엄 포도 상표권인 '루비로망(ruby roman)'을 무효화시켰다. 이 업자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포도로 불리는 '루비로망'에 대한 국내 독점적 상표 사용을 위해 지난 2019년 9월 상표등록했다.
국산 루비로망은 출시 후 한송이당 8만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될만큼 높은 관심을 끌었고 신세계백화점 등에서 고가에 팔려나갔다. 게다가 이 업자는 국내에서 2019년 영어(영문자), 2020년 일본어(가타카나)와 한국어(한글)로 상표 등록까지 완료하고 해외로 수출길을 열어갈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번 결정으로 루비로망 상표 사용 뿐만 아니라 일본에 로열티 지급 없이 재배해온 루비로망을 더 이상 판매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특허심판원 결정문에 따르면 "등록상표(루비로망)는 그 등록여부 결정 시에 특정인의 상표로 인식된 선사용상표(루비로망)와 표장이 동일·유사하고 그 지정상품 또한 동일·유사하므로, 이 사건 등록상표가 그 지정상품에 사용될 경우 일반수요자로 하여금 상품의 출처에 오인·혼동을 일으키게 하는 등 수요자를 기만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에 충분하다고 할 것"이라며 무효 사유를 밝혔다.이어 "이 사건 등록상표는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12호에 해당하므로 그 등록이 무효로 돼야 한다"고 결정했다.

지난해 7월 신세계백화점 본점과 강남점 그리고 SSG 푸드마켓 청담점과 도곡점에서 선보인 세계에서 가장 비싼 포도 `루비로망`과 샤인머스켓 2세대 품종인 `쥬얼머스캣` 상품. [사진 제공 = 연합뉴스]
 
◆로열티 없이 일본서 들여와 재배

루비로망은 일본 이시카와현 농업종합연구센터 사구지농업시험장에서 1995년부터 11년에 걸쳐 육성한 포도 품종이다. 우리라면 감히 엄두도 내지못할만큼 오랜기간 포도 품종 육성을 위해 공을 들인 끝에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일본 이시카와현은 지난 2005년 3월 일본 농림수산성에 '이시카와현' 명의로 루비로망의 품종등록을 신청해 2007년 3월 등록했다.

루비로망은 포도 1개당 크기가 거봉포도의 2배 정도인 직경 3.1㎝ 이상이며 무게도 20g 이상으로 크기로 먼저 압도한다. 또한 껍질이 루비색과 유사한데다 높은 당도 등을 인정받아 2008년 첫 출하에서 포도 한송이에 10만엔(약 140만원, 해당연도 기준)에 판매되었다. 이후 포도 품질에 대한 높은 평가를 받으면서 2010년 20만엔(약 280만 원)에서 2021년에는 140만엔(약 1460만원)까지 가격이 치솟았다.

 

이렇게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포도로 등극하자 한국에서도 루비로망에 관심이 높아졌다. 그러던 중 한 업자가 일본 이시카와현이 한국에 품종명칭을 출원하지 않고 사실상 국내에서 품종 관련 권리를 행사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고 상표명을 미리 등록해 국내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식물의 신품종 보호에 관한 국제조약(UPOV)'에 따르면, 출시된 지 6년 이내 신품종에 한해 다른 나라에 품종 등록을 할 수 있게 정하고 있으나 이시카와현은 출시 6년이 지나고나서도 한국에 품종 등록을 하지 않았다.

또한 식물 신품종의 경우 '상표법'에 의한 상표출원과 '식물신품종 보호법'에 의한 품종명칭의 출원이 경합한 경우 먼저 출원한 자를 우선한다는 선원주의가 적용된다는 점을 적극 이용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루비로망을 재배해도 일본에서 법적 제재 또는 로얄티를 요구할 근거는 없는 상황이었다.

 

이러다보니 이 업자외에도 루비로망은 국내 다른 농가에서 재배를 늘려갔다.

국립종자원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2020년 최초로 루비로망 생산·판매를 위한 신고등록이 있었고, 작년에 17건이 등록됐다. 올해 8월까지는 25개 농가까지 늘어났다.

업계 관계자는 "출하시기 이전에 3~4년간 시험재배 기간을 거치는 점을 감안하면 이미 등록상표의 출원시점인 2019년 1월말 이전에 국내에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日서 상표등록 출원…국내 업체에 영향줄듯

이번 상표등록 무효를 계기로 일본 이시카와현은 특허청에 루비로망에 대한 상표 등록을 출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특허청이 이를 받아들일 경우 루비로망 명칭을 사용해 한국 농가들이 로열티를 주고 판매 또는 수출 해야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시카와현은 9월 상표권 등록 무효 사실을 접하고 서둘러 절차를 밟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시카와현 측은 "한국 내에서 특정인이 '루비로망'에 대한 상표권을 독점적으로 갖고 있는 것에 대해 불만을 품은 다른 종묘회사가 심판을 청구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특허청의 심사 결과는 한국 정부당국의 판단에 따라 달라질 것이기 때문에 결과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등록이 실현되면 '루비로망'의 명칭을 사용한 한국산 포도의 국내 판매나 제3국으로의 수출 등에 법적인 조치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시카와현은 지난달 유전자 감정을 통해 국내에서 재배·판매되는 루비로망과 이시카와현이 육성한 루비로망의 유전자형이 일치하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하세 히로시 이시카와현 지사는 지난 6일 일본 특허청을 방문해 이시카와현이 한국에서 상표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한국 특허청과 대화를 나눠달라는 취지를 담은 협력 요청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하세 지사는 "DNA 검정 결과를 보면 (단순히 이름만 동일한 것이 아니라)일본 품종이 유출됐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상표권 등록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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