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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난세상

[新농수산 잇템]① “맛이 달라졌다? 우리 배 ‘원황’ ‘신화’, 초가을에도 맛있다”

by 찬란원 2023. 6.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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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출처 :  조선일보 (Chosun Biz  이민아 기자  2022.09.09 ]

일본 품종 ‘신고’, 보급률 86%...늦게 익어 9월 초엔 맛없어

한국 자체 개발 품종, 8월 말~9월 초에 맛있어

한국 품종 점유율 높이려면 시간 필요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배 품종 신화.
요즘 배가 크고 모양만 예쁘지 맛이 없다는 인식이 퍼진 이유는 일본산 품종인 ‘신고’가 미처 다 익기 전에 시장에 풀리기 때문이에요. 8월 말~9월에 이미 다 익는 한국 자체 품종인 ‘원황’, ‘신화’가 더 많이 보급돼야 이런 인식도 바뀌리라 생각합니다.

한국 배 품종인 한아름, 신화를 개발한 신일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배연구소 실장은 7일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신 실장은 서울대 원예학과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따고, 원예연구소에 1993년에 입사해 국산 과일 품종 개발을 연구한 ‘원예 외길’ 전문가다. 그는 2015~2016년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배연구소 실장으로 일한 후 저장유통, 과수 등의 분야를 다루다, 작년 7월 배연구소로 돌아왔다.

그런 신 실장에게 “요즘 배가 맛이 없는 이유가 뭔가”라고 직접적으로 묻자 그는 “신고라는 배 품종 하나에 점유율이 지나치게 쏠려 있는 것”을 이유로 꼽았다. 지난 1927년에 육종된 신고는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배 품종의 86%로 절대다수를 차지한다. 그런데 신고는 9월 말, 10월 초에 수확해야 맛이 있다. 하지만 올해처럼 9월 초중순에 추석이 있는 경우, 신고를 조기에 수확해 유통시키다 보니 덜 단 상태의 배를 소비자들이 구매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신 실장은 ‘배는 맛이 없다’는 불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배 품종이 재배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가령 올해처럼 이른 추석에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성숙기가 8월 말에서 9월 초인 원황이나 신화, 설원 등의 품종이 널리 보급된다면 맛있는 배를 소비자들이 접할 기회도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1990~2000년대에 한국 배 품종이 개발됐지만, 아직 보급률은 원황(5%)을 제외하면 대부분 1% 안팎이다. 맛도 좋고, 이른 수확도 가능하지만 나무에서 자라나는 과실의 특성상 여러 농장에서 대중화되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신 실장은 “신고의 경우에도 1927년에 개발돼 우리나라에서 30%의 재배면적을 점하는데 50년 이상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신 실장과 일문일답.

신일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배연구소 실장./농촌진흥청
-요즘 “배가 맛이 없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어 안타깝다.

" 배가 맛이 없다는 인식은 1990년 이후 ‘신고’의 재배면적이 급격하게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중만생종(같은 종류의 작물들 중에서 상대적으로 생육 기간이 길어서 수확하는 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 작물)인 신고를 생장촉진제와 비대제를 살포해 당이 축적되지 않은 상태에서 크기만 키운채 유통된 것이다. 크기만 키운 맛이 없는 과실을 추석이 빠른 해에 8월 하순부터 수확해 판매했다. 안 익은 과실이니 당연히 당도가 떨어지고 맛이 덜하다.”

 

-신고는 원래 맛이 없는 품종인가.

“절대 그렇지 않다. 신고 품종도 고유의 성숙기인 9월 하~10월 상순에 수확하면 당도가 12도가 넘어 맛있다. 그러나 조기 수확으로 맛없는 과실만 소비자가 접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 품종이 보급돼야 하는가.

“품종의 다양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성숙기가 늦은 신고만 유통되다 보니 추석이 9월 초중순에 있는 해에는 신고 외에는 대안이 없어서 맛없는 배라도 억지로 키워서 유통시키지 않나. 그러다 보면 ‘요즘 배가 맛이 없네’라는 인식이 생기고 인기가 떨어지게 된다. 수요가 줄어들다 보니 배 재배 면적도 줄어든다. 품종의 다양성이 확보되면 추석이 언제든 맛있는 배를 먹을 수 있게 된다.”

 

-배가 특히 젊은 층에서는 잘 소비되지 않는 과일로 굳어지고 있어 안타깝다.

“젊은 층은 맛있고 먹기 편한 것에 대한 수요가 높아 배 소비가 줄었다고 본다. 이런 문제점을 개선해 소비를 확대시키기 위해, 신품종 배로 맛을 기본으로 하되 껍질을 벗기지 않고 사과와 같이 껍질째 먹을 수 있는 품종인 조이스킨, 스위트스킨을 육종했다. 깎거나 잘라 놓아도 과육색이 잘 변하지 않아 신선편이용 컵과실, 조각과실에 적합한 품종인 설원도 소개하고 싶다.”

 

-그 외 우리 배 품종을 소개해달라.

“젊은 층이 좋아하는 새콤달콤한 풍미가 있는 품종 슈퍼골드, 추황배, 만황배가 있다. 또 배가 잘 걸리는 병인 검은별무늬병에 저항성 있는 그린시스도 있다. 인공수분 없이도 안정적인 결실이 가능한 자가결실성 품종인 스위트코스트도 보급되고 있다.”

 

한국에서 개발한 고유 품종 설원 배./농촌진흥청

-강점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왜 한국 품종의 보급률은 낮나.

“하나의 과수 품종이 시장에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수십 년 장기간의 기간이 필요하다. 지금 가장 보급률이 높은 신고는 1927년에 개발된 품종이고 우리나라에서 30%의 재배면적을 차지하기까지 50년 이상이 걸렸다. 배는 묘목재식 후 3년째 첫 수확, 15년에 최대수확기에 도달한다. 우수한 품종이라도 재배 환경과 농가의 기술 수준에 따라 품질과 생산량에 큰 차이가 있다.”

-현재 농가의 기술 수준으로 우리나라 자체 개발 품종을 기르기 어렵다는 의미인지.

“각 품종에 맞는 적정 기술이 투입돼야 상품성이 있는 과실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데, 신고 위주의 재배 기술밖에는 없기 때문에 신품종의 보급이 빨리 이루어지지 않았다. 신화와 ‘창조’ 품종은 다만 조기 추석용 재배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신화는 130ha(헥타르), 창조는 30ha의 면적에서 재배되고 있다. 아직까지 환경과 재배기술에 따라 문제점이 발견되고 있어 이를 개선하기 위해 배연구소와 농가포장에서 수형, 시비, 생리장해 경감기술 개발 관련 실험과 조사를 하고 있다.”

-우리 배 품종인 신화와 창조 개발 이후 13년 정도 흘렀는데, 현재보다 보급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

“생산자가 필요로 하는 재배 매뉴얼과 유통업자에게 필수적인 취급방법인 수확 후 관리기술에 대한 각 품종별 매뉴얼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신품종 이용촉진사업, 신기술보급사업, 과수 신품종 주산지 현장연구를 통해 농가에 맞는 재배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매뉴얼에 기반한 선도농가를 육성해 선도농가 포장을 홍보에 활용하고 있다. 신화는 안성, 그린시스는 울산, 조이스킨은 구례, 창조는 나주, 슈퍼골드는 익산에 선도농가가 있다.”

품종 개발에 걸리는 시간과 과정./농촌진흥청

- 현재 배 연구소가 하고 있는 업무는.

“배연구소에서 지난해까지 39품종을 육성했다. 대부분의 신품종은 맛은 있지만 상온저장성이 강하지 않아 유통에 문제가 있었다. 신고 품종이 상온에 4주 가까이 둬도 신선함이 유지되는데, 다른 품종들의 경우 맛은 더 좋더라도 보관 기간이 2주 또는 3주로 더 짧다. 그래서 확산이 덜 되는 측면도 있다. 시장에서 요구하는 최소한의 유통 기간을 확보하되, 품질이 우수한 일상소비용 중소과, 선물 및 제수용 대과, 수출용 품종 등을 육성하고 있다. 특히 수출용 품종개발을 위해 저온저장 후 상온 유통시 품질보존기간이 최소 2주 이상인 계통만을 선발해 정밀평가를 하고 있다.”

 

-신선농산물 중 단일작물로는 수출량 2위의 효자 작물로 알고 있다. 국내에서는 인기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수출량이 많은 이유가 따로 있을까.

“배 수출은 코로나19 이후 물량은 다소 감소했지만 미국, 대만, 베트남을 중심으로 전 세계 30여 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주요 수출시장에서 우리나라 배는 중국산보다 품질이 우수하고, 일본산보다 저렴하다. 한류 등의 영향으로 한국 과일 인기가 높아지면서 가격대비 품질이 좋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만 미국, 대만, 베트남 시장 의존도가 90% 이상으로 높아 앞으로 수출확대를 위해서는 시장다변화가 시급하다.”

 

-연구에 필요한 지원은 무엇이 있을까.

“사람이 부족하다. 1만5000주의 나무를 관리하고 교배하고 솎아내서 품종을 개량하는데, 3명의 인력이 이를 담당하고 있다. 어느 작물이나 신품종을 개발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고, 결과도 불확실성이 높아 당장은 성과가 안 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꼭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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