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출처 : 조선일보 (Chosun Biz 윤희훈 기자 2022.09.10 ]
킹넙치·킹전복 경제적 효과 2000억원대 추산
“선발육종 품종 개량, 유전자 조작과 달라”
“고수온내성 품종 연구 중”
“식량안보 차원서도 종자 사업 중요”
“일반넙치는 10개월을 키워야 출하할 수 있는데, 킹넙치는 8개월이면 출하할 수 있습니다. 양식어가 입장에선 생산원가를 20% 절감할 수 있는 셈이죠.”
킹넙치 연구를 주도한 박종원 국립수산과학원 어류육종연구센터 해양수산연구사(박사)는 지난 8일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킹넙치 같은 신품종 개발은 어가 수익 증대와 식량 안보 경쟁력 확보에 기여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양식 어가에선 개량 양식 품종인 킹넙치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일반 넙치보다 성장 속도가 빨라 양식장 회전율을 높여 소득을 늘릴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다.
넙치, 흔히 광어(廣魚)라 불리는 이 생선은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횟감으로 꼽힌다. 도미류나 바리류와 같은 희소·고급 어종과 직접적으로 비교하긴 어렵지만, 넙치만 한 횟감이 없다. 머리가 큰 어종은 내장과 뼈를 발라내면 횟감이 확 줄지만, 얼굴이 작은 넙치는 중량 대비 넉넉한 횟감을 제공해 찾는 사람이 많다.
넙치는 성질이 예민하지도 않아 어가에서 가장 많이 키우는 어종이기도 하다. 지난해 국내 양식 어가의 넙치 생산량은 4만1800톤(t)으로 전체 양식 어종 생산량(8만9400t)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넙치는 어떻게 국민 횟감이 됐을까. 계절을 가르지 않고 정기적으로 출하할 수 있도록 양식 산업이 발전한 결과다. 인공종묘를 통한 대량 생산에서 유전적 다양성 확보를 통한 집단 폐사 예방을 넘어 이제는 빠른 성장과 질병에 강한 어종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양식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
킹넙치는 국립수산과학원(이하 수과원)이 20년 가까이 연구에 투자해 얻은 성과물이다. 수과원은 소수 집단에서 시작된 넙치 양식이 여러 세대를 거치는 동안 근친 교배가 이뤄져 유전적 다양성이 축소되면서 성장이 둔화하고 질병 및 환경 내성 저하가 진행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2004년부터 선발육종 개발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핵 집단 중에서 형질이 뛰어난 가계를 선발해 유전적으로 균일하게 만들어진 산업화 개체를 생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우수한 종자를 확보하고 종자의 유전 능력이 이어지도록 선발·교배 방식으로 품종 개량을 이어간다.
수과원은 이러한 연구 과정을 거쳐 지난 2011년 속성장(빠른성장) 육종넙치, 바로 킹넙치의 1차 개발을 마치고, 어가에 수정란을 보급하기 시작했다. 10년 동안 킹넙치 수정란은 약 5억 개가 배포됐다. 전체 입식 소요량의 10% 수준이다. 수과원은 킹넙치 수정란을 안정적으로 대량 공급할 수 있도록 최근 제주 지역 민간 수정란 생산업체에 기술 이전을 했다.
박 연구사는 “내년 킹넙치 수정란 보급률을 30%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내부적으로 세운 상태”라며 “속성장에 이어 질병내성 강화 품종으로 육종 개량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박 연구사와의 일문일답.
ㅡ킹넙치를 소개해달라.
“킹넙치는 속성장 품종이다. 일반 넙치에 비해 성장이 빨라 상품(1kg)까지 사육 기간을 2개월 단축시킬 수 있는 어종이다.”
ㅡ이름만 봐서는 수산시장에서 종종 만나는 ‘대광어’ 품종이 떠오른다. 같은 품종인가?
“킹넙치일 수도 있고, 일반 넙치일 수도 있다. 양식어가에선 통상 1.5~2kg 정도로 성장하면 출하한다. 흔히 ‘대광어’라고 부르는 3kg 이상까지 키운 넙치도 소수 업체에서 생산해 유통하고 있다. 킹넙치를 키운 양식장에서 출하했다면 킹넙치, 아니면 일반넙치를 그 정도로 키웠을 수도 있다. DNA 분석을 하면 바로 알 수 있긴 하다.”
ㅡ킹전복도 있다고 하는데, 킹넙치처럼 성장이 빠른 품종인가?
“그렇다. 킹전복 역시 성장이 빨라 일반 전복 대비 사육 기간을 6개월 단축할 수 있다. 일반 전복이 36개월은 키워야 하는데, 킹전복 품종은 30개월 양식하면 상품성을 갖춘 사이즈가 된다.”
ㅡ킹넙치나 킹전복 양식을 하면 어가 입장에선 얼마나 이익인가?
“제주를 기준으로 했을 때 일반넙치 kg당 생산원가는 약 1만1000원이다. 킹넙치는 양식 기간이 준 만큼 생산원가가 감소한다. 마리당 2200원씩 생산원가가 절감되는 것이다. 전복도 kg당 생산원가가 3만3000원 정도가 되는데, 킹전복은 2만7500원으로 5500원(17%)가량 원가를 줄일 수 있다. 국내 전체 출하량으로 계산하면 킹넙치는 900억원, 킹전복은 1100억원의 경제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ㅡ어가 입장에선 이익이 클 텐데, 보급률은 어느 정도까지 왔나?
“넙치 수정란이 1년에 입식되는 소요량이 5억 마리 정도다. 10년으로 치면 50억 마리인데, 최근 10년 동안 4억5000만~5억 마리가량이 입식됐다. 전복의 경우 국내 연간 입식 소요량이 150억 마리인데, 이 중 3% 정도가 킹전복 품종이다.”
ㅡ생각보다 보급율이 그리 높진 않은 것 같다.
“어가들의 눈높이가 너무 높다. 킹전복이나 킹넙치는 폐사할 일이 없을 것처럼 기대한다, 일반 넙치처럼 질병으로 폐사하고 그러면 ‘품종이 좋지 않다’는 식으로 생각한다. 또 기존 방식을 고수하는 영세어가의 관성도 영향이 있다. 적극적인 홍보로 보급율을 높일 생각이다. 현재 내부적으론 내년에는 킹넙치 수정란 보급률을 30%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도 세운 상태다. 향후 내병성 품종도 추가해 선발육종 어종의 양식을 확대할 계획이다.”
ㅡ선발육종과 유전자 조작은 다른 것인가?
“선발육종(selective breeding)이란 쉽게 말씀드리면 양식생물이 가지는 유전적 성질을 이용해서 새로운 품종을 만들거나, 기존의 품종을 개량하는 기술이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선발과 교배를 통해서 근친을 방지하고 세대가 거듭될수록 지속적인 품종개량이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특정 유전자를 삽입하거나 제거하는 유전자 조작과는 방식 자체가 다르다. 식품 안전성에도 전혀 문제가 없다.”
ㅡ최근 기후 변화로 인한 고수온 문제가 심화하고 있다. 고수온내성 어종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나?
“최근 고수온 현상이 장기화되고 지역도 광역화돼 양식생물의 대량폐사로 어가들의 피해가 상당하다. 현재 넙치와 전복을 대상으로 고수온에 강한 품종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본격적인 산업화에 앞서 양식현장 적용 시험을 수행 중이다. 빠르면 2~3년 내 어가에 시험 보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ㅡ최근 식량 안보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식량안보 차원에서 진행하는 육종연구가 있는지?
“현재 전 세계가 우량 종자를 확보하기 위해 ‘총성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종자사업은 상당히 부가가치가 큰 산업이다. 미래 식량안보는 국가안보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현재 선진국들은 적극적으로 종자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확보전에서 위협을 받지 않으려면 과학적인 방법으로 우량종자와 신품종을 개발해야 한다. 이렇게 확보한 육종 기술은 국가 미래 전략기술로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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