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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일상일기/난세상

자식 같은 배추를 갈아 엎으니 피눈물 나네요

by 찬란원 2019. 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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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같은 배추를 갈아 엎으니 피눈물 나네요

[ 자료출처 : 노컷뉴스 광주CBS 조시영 기자 2019-03-06 ]

 

①풍년의 역설-'배추 주산지' 해남 산지폐기 현장을 가다
정성들여 농작물 재배했더니 "결국은 산지 폐기라니…"
4년 만에 찾아온 농작물 풍년…해마다 반복되는 밭 갈아엎기
해남 배추, 3차 폐기로도 가격 안정 안 돼 4차 폐기까지

 

'풍년의 역설'로 불리는 농작물 산지폐기의 악순환이 올해도 반복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배추는 물론 대파와 양파, 양배추, 무 등의 품목에서도 4년 만에 대대적으로 산지폐기가 이뤄질 정도로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

 농작물 수급조절에 실패하면서 품목과 지역을 가리지 않고 농작물 갈아엎기인 산지폐기가 이뤄지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농협 등 관계기관은 농작물 가격안정을 위해 수 십 년 동안 각종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다. 최근 5년 동안 농작물 산지폐기에만 500억 원의 혈세가 투입됐지만 해마다 반복되는 산지폐기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고 있다.

이이 광주CBS는 '농작물 산지폐기의 악순환, 대수술이 필요하다'란 주제로 농작물 산지폐기의 실태와 문제점 그리고 농작물 수급 안정을 위한 바람직한 대안을 모색해보는 기획을 10차례에 걸쳐 연속 보도한다. [편집자 주] 

 

지난 2월 25일 배추 주산지인 전남 해남군 산이면의 한 배추밭.
속이 꽉 찬 가을용 김장 배추가 밭에 가득하다. 하지만 배추 수확 대신 밭을 가는 농기구인 트랙터가 돌기 시작했다. 땅을 고르기 위해서가 아니다. 배추를 갈아엎기 위해서다.

농민들은 이날 산지폐기를 하기 위해 미리 끈으로 하나씩 동여 맨 배추도 풀어 헤쳤다.
한 농민이 트랙터를 움직이자 굉음과 함께 밭에 있던 배추가 줄줄이 부서져 나갔다.

트랙터가 배추밭을 갈아 엎으면서 배추가 하나 둘 쓰러졌다.

쓰러진 배추가 농민들의 마음을 대변했다.

금세 종잇장처럼 찢겨나간 배춧잎만 덩그라니 배추밭에 남았다.  

이 배추밭은 김장 시기를 앞둔 지난해 12월 배추를 수확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작황이 좋아 전국적으로 공급 과잉 상태가 되면서 배추를 시장에 내놓으면 오히려 손해를 볼 처지에 놓였다. 그래서 배추를 수확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이날 기준 월동배추의 도매 가격은 10kg당 3,680원으로 8,375원으로 거래됐던 전년도에 비교해 43% 수준으로 폭락했다. 말 그대로 반토막이 난 셈이다.

해를 넘기면서까지 배추 가격이 안정되기를 기다렸지만 가격은 회복되지 않고 오히려 더 떨어졌다.

결국 이 배추밭 주인은 산지 폐기 신청을 했다. 농민 주기상(58) 씨는 "지금 가격이면 배추를 수확해서 포장하는 인건비와 포장비도 건지지 못한다"며 "고심 끝에 산지폐기 신청을 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해 9월부터 밭에 물과 비료를 대며 하루 하루 땀 흘린 농민의 노고는 허사가 됐다.

직접 밭을 갈아엎는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주씨는 "비료 주고, 물주고 내 자식처럼 정성들여 키워 모처럼 풍년이왔는데, 피눈물이 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주씨는 "그래도 산지폐기라도 일정 부분 한 관계로 다음에 심을 작물 묘종이라도 구입할 수 있어 다행이다"고 덧붙였다. 

산지 폐기하면 받는 보상비는 100평당 36만원 정도. 농민들은 생산 원가에 미치지 못하지만 시장에 내놓으면 오히려 손해이니 울며 겨자먹기라고 말한다. 오히려 산지폐기란 제도가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고 생각한다. 
해남에서 배추 농사를 하는 농민 김병재(50)씨도 배추밭의 일정 부분을 산지폐기했다. 김씨는 "산지폐기하는 기분을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힘들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이어 "어차피 팔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누구한테 가져가라고 할 수도 없고, 배추 한 포기에 보통 3,000원 이상 나가야 하는데, 3개 들이 한 망이 시장에서 1,500원에 거래되고 있으니 말 다했다"고 덧붙였다.

김 씨는 "수급조절이 좀 돼야 하는데 상인들이 나서서 포전거래 식으로 채소가 재배되니 문제점이 많다"며 "1,100평을 산지폐기하고 5,000평이 남았는데 어떻게 처리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답답해 했다. 

2만1천평의 배추밭 농사를 짓는 농민 이철재(61)씨의 상황도 마찬가지. 중간 유통상인에게 배추밭 1만평의 물량을 넘겼고, 농협을 통해 1천평의 산지폐기를 진행했지만 아직도 1만평의 배추밭 물량이 남아있다.

이씨는 "배춧값이 조금이라도 오르면 내다 팔아야하는데, 죽을 맛이다"며 "겨우 생산비 정도 건지는 실정인데 힘든 나날의 연속이다"고 했다.

이 씨는 "배추도 맛있고 품질도 너무 좋은데, 한쪽에서는 배추가 남아돌고, 다른 한쪽에서는 김치를 수입해서 쓰고 이런 상황이 너무 답답하다"며 "농민들이 안정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정확한 수급 예측을 하는 등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하소연했다.

 

이날 진행된 배추 산지폐기 조치는 해남군의 3차 산지 폐기 대상지역에서 이뤄졌다. 해남군은 이번 3차 산지 폐기에서 233ha에서 배추 2만1000여톤을 갈아 엎었다.

 

해남군은 지난해 말부터 지난 1월까지 1~2차에 걸쳐 1만1136톤, 123.7ha의 가을과 겨울 배추를 산지 폐기했다. 하지만 가격 안정세가 회복되지 않자 2월에 3차 산지 폐기를 결정했다.

3차 산지 폐기 대상은 계약재배인 이른바 포전 농가와 비계약 재배 농업인으로, 유통상인 계약물량과 비계약 농업인의 포전을 대상으로 했다. 

이 곳 해남을 비롯해 올해 전남에서 산지 폐기되는 배추밭은 680㏊ 정도. 그럼에도 공급과잉 등으로 좀처럼 시세가 안정세를 회복하지 못하면서 낮은 시세가 이어지고 있다.

해남군은 3월 초에 4차로 1만1,500여톤의 배추를 추가 폐기할 계획이다.
전국적으로 가을배추는 전년보다 재배 면적이 2.6% 줄고 겨울 배추도 1.6% 줄었음에도 올 겨울 기상여건 호조로 작황이 좋아지면서 생산량은 20% 정도 증가하면서 산지폐기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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