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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일상일기/글로벌세계

[FTA시대를 살다] 2. 위기의 친환경 농업

by 찬란원 2015. 1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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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시대를 살다] 2. 위기의 친환경 농업

대륙發 ‘웰빙농산물’ 바람… ‘토종 유기농산물’ 풍전등화

[ 자료출처 : 경기일보  2015년 11월 26일 목요일 제9면 ]

 

 

▲ 중국이 웰빙 열풍에 동참하며 국내 유기농 시장을 위협하고 있어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절실하다. 농협하나로마트 수원점 친환경 채소코너에서 소비자들이 유기농 쌈 채소를 구매하고 있다. 오승현기자

 

지난 6월1일 한국과 중국은 수교 23년만에 자유무역협정(FTA)에 정식 서명하고, 개방의 문을 활짝 열기로 합의했다. 

중국에서의 한류 열기에 힘입어 패션과 화장품으로 대변되는 제조업은 관세철폐에 따른 직접적인 수혜자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유기농으로 대표되는 국내 친환경 농업은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지만 신선한 중국산 농산물의 대량 공급에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더욱이 유기와 무농약(무항생제), 저농약 등 기관 및 민간 인증을 받은 국내 친환경 농산물은 최근 6년새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며 규모면에서도 점점 줄어드는 양상을 띠고 있다.

■ 친환경 농가·인증 재배면적 줄어든다


2014년 기준 국내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가(유기ㆍ무농약ㆍ저농약 포함)는 8만5천156호이다. 친환경 농가는 지난 2009년 19만8천891호로 정점을 찍은 뒤 2010년 18만3천918호, 2011년 16만628호, 2012년 14만3천83호, 2013년 12만6천746호로 해마다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2009년 20만1천688ha에 달하던 인증면적 역시 2010년 19만4천6ha, 2011년 17만2천672ha, 2012년 16만4천289ha, 2013년 14만1천651ha로 줄었고, 지난해에는 10만46ha를 기록하며 5년 사이 절반 이상으로 면적이 줄어들고 있다.

이같은 현상에 2009년 235만7천774톤이던 출하량도 지난해 82만5천482톤으로 3배 가량 감소하는 등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국내 친환경 시장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지난 2010년 저농약 인증제도 폐지의 영향과 2013년 정부의 인증관리 강화 정책에 따른 것으로, 친환경 기준에 맞는 농업 현장을 유지하지 못하는 농가들이 결국 폐업을 선언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친환경 농산물 재배면적과 농가호수, 출하량 감소는 시장규모의 하락세로 이어져 지난해 총 매출액은 2조4천221억원(추정치)으로 전년대비 10.5% 감소했다.

■ 건강먹거리 세계적 트렌드 ‘역행’


각종 먹거리 파동이 발생하고, 건강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농산물의 안전성과 건강을 추구하는 웰빙트렌드 확산이 대세다. 유기농산물 시장규모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지난 2000년 이후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 유기농산물은 2013년 기준 약 170개국, 4천310만 ha의 면적에서 생산되고 있고,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유기 농식품 세계 시장규모 역시 1990년 150억달러에서 2012년에는 4.3배 증가한 640억달러, 2013년에는 4.8배 증가한 720억달러로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특히 중국 역시 2000년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국가적인 차원에서 유기농 등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하는 유한공사 설립을 장려하며 웰빙 열풍에 동참하고 있다.

반면 국내 친환경 시장은 2014년 2조4천221억원에서 올해 2조3천664억원(추정치), 내년에는 1조8천753억원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등 세계적인 추세와는 반대로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유기농 등 친환경과 관련된 지자체의 업무가 매우 제한적인데다가 업무를 맡고 있는 각 시도별 농업기술원 등에는 예산이 턱없이 부족해 현실적으로 관련 업무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유기농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금전적인 농가 지원이 필수요소인데, 현실적으로 예산이 없다”며 “국가적인 차원에서 친환경 농가에 대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수년안에 국내 시장은 외국산 농산물로 채워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지난 6월 서울 용산구 소월로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명식’에서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과 가오후청 중국 상무부장이 서명을 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기일보DB
■ 중·장기적 대책마련 시급

 

 
국내 친환경 시장의 감소는 한중 FTA 체결 이후 관련 시장의 중국 잠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삼겹살 문화로 대변되는 국내 친환경 시장은 대다수 상추와 시금치 등 쌈 채소와 과실류가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국내 친환경 농가호수가 최근 들어 현저히 줄어들면서 대형 마트 판매 기준 유기농산물과 일반 농산물의 가격 차이는 최대 4배 가량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이들 품목은 한중 FTA 협정에 따라 품목별 양허 기준 E(기준 관세율 유지)에 해당, 20% 안팎의 관세율만이 적용되면서 중국의 물량이 대단위로 풀릴 경우 가격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더욱이 농산물의 특성상 신선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미국과 유럽 등의 채소 및 과실류의 국내 유입보다는 중국 칭다오와 상하이, 광저우 등 한국과 상대적으로 가까운 지역에서 재배되는 ‘제대로된 메이드 인 차이나’ 농산물의 공습은 발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실정이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친환경 농산물의 안정적인 공급과 관련 산업을 키울 수 있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단기적으로는 저농약 인증제도 폐지에 대응, 친환경 과실류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직불제의 개선, 생산자 보험 도입, 유기농 과수 재배 매뉴얼 작성 및 보급 등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장기적으로는 유기와 무농약 농산물 시장규모 확대에 맞춰 학교급식 확대와 가공식품 확산 등 수요창출과 유통 활성화를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규태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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